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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대생 무씨 Jul 20. 2020

운동은 만병통치약?!

[07/15] 운동을 무진장 싫어하는 의대생의 알고리즘

의대 본과생이 되면 국가고시를 위해 표준화 환자(SP*병원에서 채용한 모의환자로 의대생의 실습을 위해 환자의 케이스를 연기한다)와의 실습이라는 관문에 놓이게 된다. 슬림한 젊은 여성에게 50세 당뇨와 이상지질 증후군 환자에게 해야 할 질문과 상담을 하는 '' 하려 하니 의학이 아닌 연기를 배우러 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 이제 막 예과 해부실습을 끝내고 올라온 본과 1학년생이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러니 부디 주변 의대생 붙잡고 본인 증상에 대한 처방을 기대하지 말기를..!)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제한시간 내에 생각나는 온갖 헛소리를 내뱉다가 나오게 되는데, 아무튼 그런 초짜 본과생 때도 그리고 실전 국가고시 때에도 공통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질문이 있는데 바로 식이와 운동이다. 꼭 의대생이 아닐지라도 '규칙적 운동'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진료 시 해야 할 필수 질문이자 치료 권고사항으로 매번 등장하는 건 그만큼 실천이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매번 SP 환자에게 '운동을 자주 하시나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라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스스로는 운동을 무진장 싫어하는 무씨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 것 치고는 운동을 꽤, 아니 매우 많이 한 편에 속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요가, 수영, 발레, 헬스, PT, 크로스핏, 필라테스, 플라잉 요가 등 일반적으로 대중에 알려진 스포츠는 웬만해서 한 번씩은 다 경험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운동을 싫어한다는 말이 잘못된 거 아닌가 의구심이 들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이 숱한 운동을 시도해본 '운동계의 나그네'라면 공감하겠지만, 한 가지에 정착해서 꾸준히 즐기며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학기 중에 시험 때문에 바빠지거나 혹은 심리적으로만 바빠질 때에도 운동을 까먹고 살기 일쑤였다. 그리고 의대에는 나와 뜻을 같이해 숨쉬기 '운동'과 등하교 '운동' 외에는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는 동기들이 놀랍게도 많아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까지 제공해 준다. 우리들은 의대생스럽게 꽤나 의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할 알고리즘을 구축하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1) 의대에서 우리는 '운동을 심하게 한 XX세 환자가~'로 시작되는 수많은 족보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2)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운동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병인(*질병의 원인)이 됨을 깨닫게 된다.->

(3)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두 가지 선택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뇌는 손익을 계산하게 된다.->

(4) 과정에서 우리의 금쪽같은 시간과 비용 절약의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선택을 고르는 것이다!!!


도가 되었든, 모가 되었든 질병으로 끝난다는 의대생 증후군(*얕은 증상에도 교과서에 등장하는 중증의 희귀병까지 걱정하는 의대생을 일컫어 부르는 용어이다) 앓고 있는 무씨의 우스갯소리였지만, 정말 내가 본 의대생의 절반은 운동을 싫어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로 운동에 꽂혀서 고통을 불사르고 하는 느낌이었기에 어느 길이든 건강에서는 벗어난 선택으로 보였다.


이는 사실 SNS만 보더라도 의대생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먹방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넘쳐나는 한편, 한쪽에서는 바디 프로필, 아마추어 보디빌딩 등의 대회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이후 섭식장애 등에 시달리게 된 후기들이 넘쳐난다.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짚고 넘어가자면, 그런 극한의 경험으로 자기 몸을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때로 나 자신이 나태하다고 느껴질 때 그런 도전을 성공한 영상들을 보면서 힘을 얻곤 한다. 다만, 일반인이 도전했을 때 의학적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고,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꾸준히 즐기며'하는 취미로서의 운동과 분명 거리가 있다.


결론적으로 운동은 '꾸준히 즐기며 하되 적당히' 해야 한다는 어려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위해 내가 고안한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자신의 몸상태를 꾸준히 체크업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필요한 만큼 하는 것이 운동을 '적당히'한다의 풀어쓴 뜻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체중이 정상보다 많다면 체중으로 본인의 관절에 무리를 줄 만한 운동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지며 지방이 축적되기 때문에 노년기가 될수록 근력운동을 더 추가해 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몸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가장 단순한 몸무게에서부터 인바디, 눈바디, 혈당/혈압 체크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매일 눈바디를 찍는 것이 가장 추천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매일 같은 조건에서 전신사진을 찍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몸무게를 기록하되 이를 절대적 수치로 맹신하지는 않고자 시도하고 보안책으로 격주로 헬스장에서 인바디도 찍는다.(*인바디의 원리는 수분이 적은 근육에서 전류가 빠르게 돌아오고 비교적 수분을 많이 함유한 지방은 더 느리다는 속도차를 이용한 측정방법으로 수분 상태에 따라 수치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정확한 방법은 아니다)


두 번째로, 운동과 관련된 긍정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내가 아주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인데, '운동계의 나그네'로서 여름방학 때 또 새로운 운동을 물색하며 집에서 거리가 있는 필라테스 샵과 집 바로 앞의 사우나와 함께하는 요가를 다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지기 일쑤인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거리가 멀어서...'라는 핑계라도 없애고자 집 앞의 사우나와 요가를 끊게 되었다. 생각지 못하게 목욕탕은 나에게 운동을 가게 하는 긍정적인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나는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며 재충전의 느낌을 받기 때문에 아침 운동을 가겠다는 다짐보다는 목욕탕을 간다는 생각이 나를 기분 좋게 요가매트 앞까지 이끌어주었다. 친분을 쌓게 된 건너편 매트의 아주머니도 긍정적인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현재까지 작심삼일을 넘긴 채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약효가 없는 거짓 약을 준 환자에서 약을 먹으면 약효로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으로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는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뇌에 강력하게 지배당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의 운동을 다른 긍정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긍정적으로 각색시키는 것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운동이 무진장 싫은 무씨에게 운동은 일생의 크나큰 숙제이지만,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즐기며 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내일도 몸무게를 재고, 목욕을 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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