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차, 비 옷 찾아 헤맨 날
'얼리 브랙퍼스트'를 먹고 이후 '레이트 브랙퍼스트'를 먹고
다음으로 '간식'을 먹은 후
'얼리런치'를 먹고 '레이트 런치'를 먹고....^^
오늘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음식 같았다.
시리얼의 종류가 3가지나 되었고 오렌지주스와 우유, 과일과 바게트와 카스텔라.
그리고 원하는 사람에게 카페콘레체를 만들어주었다.
4유로로 호텔 수준급의 아침을 먹었으니 만족스럽다.
이제 우리 일행은 잔과 캐시, 에바 그리고 줄리다.
폰페라다에 머물기로 한 우리들은 사람들에게 물어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다.
돼지고기와 소시지와 감자를 푹 익혀서 만든 건데, 우리나라의 감자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알베르게는 좀 어수선하고, 시설도 열악했는데,
비까지 내려 더욱 비좁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제의 알베르게가 호텔과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곳의 불편함에 너그러워졌다.
캐시는 폰페라다에서 순례길을 시작하는 미국인 부부를 만나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잔은 좀 피곤하다며 낮잠을 자고,
에바는 교통편을 알아본다며 밖에 나가고,
줄리는 독일인 여자친구를 만나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일기를 썼다.
오늘은 점심때 아주 맛나고 근사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건너뛰기로 했다.
이윽고, 잔이 일어나더니 음료수나 마시러 가자고 했다.
비가 내리니 날도 춥고, 나의 다회용 비옷은 구멍이 숭숭 나서 못쓰게 되어 마음도 심란해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줄리와 함께 나갔다.
잔은 커피를 줄리와 나는 핫초코를 시켰다.
차를 마시다가 내가 비옷을 사고 싶다 하니 모두들 같이 가 준단다.
이미 저녁시간이 지나서인지, 중심가를 따라 내려가는데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좀 미안해서 벌써 8시니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아니란다 시간 충분하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줄리는 스마트폰의 스페인어 번역기를 켜고, 길 가는 사람에게 비옷을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어봐 주었다
겨우 겨우 큰 슈퍼마켓을 발견하고 나는 좀 괜찮은 비옷을 하나 샀다.
고마워서 오는 길에 뭔가를 사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잔이 그 마음 알았는지 뭣 좀 먹자고 한다.
잔은 자기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란다.
'얼리 브랙퍼스트'를 먹고 이후 '레이트 브랙퍼스트'를 먹고 이후 '간식'을 먹은 후 '얼리런치'를 먹고 '레이트 런치'를 먹고.... 하는 호빗이야기를 좋아한단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또 바에 들어가 맛있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비 내리는 늦은 밤, 내 비옷을 사기 위해 온 거리를 함께 헤매어 주었던 잔과 줄리에게 고맙기만 하다.
오늘 좀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
폰페라다 시내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났다.
내 앞의 가로등을 박은 것이다.
만약 가로등이 없었다면 그 차는 바로 나에게 들이닥쳤을 것이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늘 조심을 해야겠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야겠다.
2015년 9월 15일, 폰페라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