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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Mar 07. 2023

코인세탁소를 찾아서

#29일 차, 사리아를 돌아다니다.

사람마다 다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나름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해도,
걷는 것 또는 산티아고 길에 들어선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동 : Fonrfria --> Sarria




아침 일찍 율리아와 율리아의 친구와 함께 출발했는데 중간에 헤어졌다.

어제 폰프리아 알베르게에서 율리아는 그동안 못 만났던 독일인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조금씩 걸음이 늦어지더니,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점점 걷는 것이 힘들지 않다.

오늘도 거의 28km 정도를 걸었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이제 막바지다.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은 우리나라의 숲길, 산길의 풍경과 비슷했다.


걷는 길에 공중목욕탕 이야기가 나왔다.

어제 핀란드 친구 만난 이야기를 나누다 사우나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나라는 public bathroom이 있다고 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목욕이라고 하니 놀란다. 

캐시는 믿을 수 없다고 하고, 잔은 흥미롭다고 가고 싶다고 하고.(^^)

알고 보니 남, 여 같이 목욕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따로따로 하는 목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남자용 여자용 목욕탕이 있다 했더니 그제야 이해하고, 캐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목욕하면서 사우나도 할 수 있다 하니 잔이 너무나 좋아하며 가보고 싶다고 한다.

먹을 것을 파느냐고 해서 물론이라고 했더니 정말 맘에 든다고 한다.^^

사우나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책도 읽을 수도 있고.

잔은 꼭 한국에 와서 찜질방을 가보겠다 한다.




오늘은 사리아란 곳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알베르게도 많고, 순례자들도 많은 곳이다.


우린 사리아에 도착 후 관광안내소에 가서, 우선 세탁기를 돌릴 수 있는 알베르게를 문의했다.

날이 점점 추워져서 빨래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이젠 세탁기에 돌려야 했다.

그런데 우리 알베르게는 세탁기는 있는데, 빨래를 말릴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건조기가 없었다.


우리는 빨래를 돌린 후, 동전세탁소를 찾아 사리아 시내를 돌아다녔다.

분명히 알베르게 주인이 말해주었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스페인 여학생들을 만나 washing machine이라는 단어를 말하니,

금방 가르쳐 준다.

빨래를 건조하고, 근처 슈퍼에 가서 다음날 아침에 먹을 바게트와 햄, 치즈 약간의 과일 등을 샀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등산용품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했다.

저녁을 먹다가 캐시가 이야기를 꺼냈다.

까미노는 것은 것에 의미가 있지 자전거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럼 오토바이를 타도 되는 것이냐고.

그리고 20-30km를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캐시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진정한 의미를 벗어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또 진지국면으로 들어갔다. 그럴 때면 잔과 내가 노력한다.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고, 슈퍼가 나오면 과자도 사고,

식당이 나오면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늘은 어쩌다 보니 우리 셋만의 일상을 즐기게 되었다.

너무나 편안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5일만 걸으면 끝이다. 

늘, 최선!!

최선을 다할 일이다.


산티아고에 오는 사람들은 다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올 것이다. 

자기 몫의 짐을 지고 끝까지 걷는 것을 나도 선호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나름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해도, 걷는 것 또는 산티아고 길에 들어선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2015년, 9월 18일 사리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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