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살롱] 네 번째 스토리 살롱 <롤모델보다 레퍼런스>
창고살롱 시즌1 마지막 스토리 살롱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작품은 <롤모델보다 레퍼런스>였어요.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는 창고살롱지기 혜영이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출판 팀장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이었는데요. 살롱지기 현진이 책 막바지 편집과 교정교열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창고살롱을 창업하기 전, 두 살롱지기가 처음으로 합을 맞춰본 일이기도 해서 더 뜻깊었어요.
혜영은 이 책을 만들기 전과 후로 자신의 커리어가 나뉜다고 말했어요. 5년의 경력 공백기를 보낸 혜영은 이 책을 출간하면서 창업가가 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커리어와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20대 대학생들은 처음으로 저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책을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X세대 기획자와 Z세대 저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협업하는 과정 역시 하나의 성장 드라마였는데요. 무려 1년 반이라는 작업 기간 끝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을 살롱지기 혜영은 그야말로 “피 땀 눈물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했어요.
이 책은 주제에 따라 3권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6명의 20대 인터뷰어가 각각 2팀의 인터뷰이를 만나 대화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요.
1권 ‘나만의 삶과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2권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될 수 있나요?’
3권 ‘나의 일과 가치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은 창고살롱 레퍼런서 멤버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인터뷰어를 꼽으면 살롱지기 혜영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는데요. 저자도, 인터뷰이도 아닌 기획자가 들려주는 비하인드라니, 흥미롭죠? 책이라는 매끈한 결과물 너머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 기다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시즌1 레퍼런서 멤버 대부분 엄마이다 보니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홍혜진(구글 아시아 어카운트 리드)님 스토리에 공감한 멤버들이 많았는데요.
“육아휴직 복직 앞두고 일-육아 함께 잘할 수 있을까 고민됐는데 100% 아니고 60%만 해도 되고, 어려운 부분은 커뮤니티 안에서 공유하라는 이야기가 위로도 되고 힘도 됐어요.”-지은님
“롤모델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홍혜진님은 손에 잡히는 레퍼런스였어요.”-영아님
혜진님은 구글 코리아 매니저들에게 육아휴직 복직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어 교육하기도 했는데요. 임신, 출산, 육아휴직 그리고 육아휴직 복직 이후 시기별 상세한 가이드를 담았다고 해요.
레퍼런서 멤버들은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민정님)고 입을 모았고요. 지언님은 “일-가정 양립이라는 방향성을 나 혼자 꿈꾸는 게 아니라 회사라는 공동체도 함께 바라봐줘야 한다”는 소감을 전했어요.
남연님은 김미진님(위커넥트 대표)의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었다”는 말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며 크게 공감했고요. 정미님은 김미진 대표의 “건강한 욕망”이라는 말에 밑줄을 찐하게 그었다고 했어요.
“건강한 욕망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욕망을 잃지 않으면서 일을 하고 또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용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정미님
은애님은 비건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 꼽았는데요. 비건 패션이라고 해서 비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줄 알았는데 ‘비건이든 아니든 일단 패션으로서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는 신하나&박진영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고요.
볼리님은 ‘낫아워스’ 인터뷰 중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서는 먼저 내 삶을 지속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어요.
“가치 중심으로 일하는 곳일수록 자신을 잘 돌보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나를 돌볼 수 있어야 세상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볼리님
이름 있는 인터뷰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여느 인터뷰집과 달리,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는 20대 인터뷰어들의 고민과 질문이 중심이 되는 인터뷰집인데요. 이날 스토리 살롱에서는 인터뷰이 섭외 기준과 과정 등 생생한 인터뷰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어요.
혜영은 처음에는 유명한 여성 리더들을 인터뷰이 리스트에 올렸다 기획을 전면 수정했다고 말했어요. 진저티 출판팀과 저자들이 수많은 워크숍과 1:1 미팅을 통해 저자들 각자가 정말로 궁금하고 절실한 삶의 질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했고, 고민의 여정에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되어줄 수 있는 인터뷰이를 섭외했다고요. 정답 같은 롤모델이 아닌 레퍼런스를 찾은 거죠.
그래서인지 책을 읽은 레퍼런서 멤버들도 인터뷰어 학생들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관심이 많았는데요.
인성님과 지언님은 비혼, 비출산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20대 학생이 일-가정 양립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한 게 흥미로웠다며 인터뷰 이후 배태랑님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질문했고요.
은애님과 정미님은 ‘낫아워스’와 ‘진저티프로젝트’를 인터뷰한 박예지님, 남연님은 일러스트를 그린 백선호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했어요. 혜영의 TMI 덕분에 더욱 풍성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롤모델이 없어서 막막했던 자신의 20대를 떠올리며, 20대 인터뷰어 친구들이 부럽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20대 때 많이 고민했던 질문과 답변이 많았어요. 20대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지금 20대들이 많이 힘든데 거창한 조언보다는 실질적인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게 해주는 이런 책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볼리님
“제가 20대 때는 멘토가 유행했는데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정답을 구하려 엄청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며 저도 누군가의 롤모델이나 멘토는 아니더라도 레퍼런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정미님
<롤모델보다 레퍼런스>의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모두 여성인데요. 여성 창작자인 이민경 작가, 두아인 연출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었다는 은진님은 “제가 20대였을 때는 ‘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없지?’ 생각하며 롤모델을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여성 서사가 많아진 것 같다”며 “실제로 인터뷰한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말했어요.
랄라님은 “창고살롱 레퍼런서 살롱에 참여하고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여성들에게 서사가 부여돼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자연인이다> 나오는 아저씨들에게 엄청난 서사를 부여하는데 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서사를 듣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어요.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것. 바로 창고살롱이 하고 싶은 일인데요. 랄라님 말씀이 반갑고 또 감사했어요.
“이 책에 있는 내용을 10년 전에 알았다면 덜 울었을 것 같다”고 말한 은애님은 “다른 사람들의 레퍼런스를 모아서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는데요. 레퍼런서 멤버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레퍼런스도 무척 기대됩니다.
창고살롱 시즌1에서는 ‘일과 삶 사이에서’라는 주제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뒤에 올 여성들에게><시선으로부터><롤모델보다 레퍼런스> 4개의 작품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눴는데요.
창고살롱만의 구조화된 대화를 통해 레퍼런서 멤버들도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각자의 서사가 서로에게 레퍼런스가 되는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감동이었고요.
시즌2에서는 어떤 책과 영화를 볼지, 살롱지기들이 열심히 기획 회의 중인데요. 곧 오픈할 시즌2 모집 공지 기대해 주세요.
정리/편집 : 창고살롱지기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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