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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운트레이크 Jul 12. 2023

부동산 투자, 분석보다 중요한 것

부동산 투자는 '돈'으로만 할 수 없다.(1)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여유자금 '돈'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상승장이 오면 대부분 돈이 없어 투자를 못했다고 후회한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하락장이 오면 돈이 있어도 '괜찮을까?' 자신이 없다. 결국 또 투자를 못한다. 그래서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4년 경기도 신설 역세권에 D건설사가 2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를 분양한 적이 있다. 판교와 바로 직결되는 역세권 1군 건설사 대단지였다. 청약 신청자가 몰렸다. 입지가 좋아 보였다. 나도 신청은 했지만 기 주택 보유자라 가점에서 밀렸고 청약은 떨어졌다. 


당시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있을 때다. 분양가보다 마이너스 가격 상태로 입주하는 아파트들이 경기도 용인을 중심으로 여러 곳 나오고 있을 때다. 그래서 그랬을까?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청약 후 미계약 물량이 다수 나왔고 모델하우스에 방문하면 괜찮은 동호수를 골라 계약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아내와 바로 상의했다.


"청약에선 떨어졌지만 미계약분 선착순으로 줍줍 한다네.. 해볼까?"

"여기가 역세권이긴 한데.. 서울도 아니고 분당도 아닌데.. 미계약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지금 부동산 시장 전반이 안 좋아서 그래.. 나중에 될 곳은 된다. 미래를 봐야지!"


젊은 패기로 씩씩하게 출정했다. 아내와 아들까지 데리고 번잡한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그 안은 평온한 일상의 바깥과는 다른 세상이다.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곳, 화려한 조감도와 온갖 유혹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외로운 '검투사'가 원형경기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나도 투지를 힘껏 불태운다. 그리고 다행히 빠른 결정 덕분에 뷰가 확 트인 중간층 호수를 지정하고 가계약금 5백만 원까지 입금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매우 뿌듯했다. 며칠 내 계약금 3천만 원만 입금하면 역세권 대단지 33평 분양권을 하나 더 장만하게 된다.


'이거 너무 쉽게 잡았네. 앗싸~'


그런데 가슴 벅찬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괜스레 머리가 복잡해진다.


'잘한 건가?' 


냉철한 이성인가 아님 감성인가. 이건 무엇이 작동하는 걸까. 다시 주변 소식을 챙겨본다. 미계약분 소진이 바로 끝나지 않을 거 같다. 


'사람들이 왜 이걸 안 하지?' 


너무 일시에 큰 단지를 분양하니 공급과잉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평가도 다시 귀에 들린다. 나는 분양 훨씬 전부터 이곳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했던 곳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역세권, 1군 대단지 그리고 초품아까지 갖춘 곳인데.. 분명히 좋아질 곳이 맞는데.. 왜 남들은 이렇게 생각을 안 할까? 어느 순간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거 정식 계약하면 환불도 안되는데.. 잔금 때 대출도 받아야 하고.. 아니면 입주장에 전세가 잘 나갈까?..'

'도대체 여기 역세권이 앞으로 정말 좋아지기는 할까?'

'분양 마케팅에 속은 거 아냐?'


심리적 '상황 반전'은 순식간이다. 계약금도 준비되어 있었고 규제가 없을 때라 잔금 대출도 가능했다. 입주 때 전세나 매매 시세가 낮아질 수 있지만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머릿속 이성은 계속 작동한다. 하지만 감정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 이 지역의 다른 실패 사례가 트라우마처럼 '훅' 지나간다. 결국 생각은 감정을 이길 수 없다.


3일간 고민후 가계약금을 환불받고 취소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다. 천둥과 번개 속에 앞이 안 보이는 빗속을 운전했다. 그리고 가계약금을 돌려받은 것에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뭐 하고 있던 거지? 휴~ 어쨌든 잘 끝났다.'


그 아파트는 2016년 입주를 시작했고 마침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며 시세가 분양가의 2배 이상으로 바로 치고 올라갔다. 2014년 33평 분양가가 3억 중반 대였으나 2021년 8억대까지 실거래가가 찍혔다. 3년 이상 보유 후 매도했다면 좋은 성과가 났을 것이다.


'나는 분양 당시 그때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걸까?'




운이 없었을까? 투자 대상에 대한 분석과 판단력이 부족했을까? 모두 맞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고 제대로 판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무엇을 안다는 것'과 그걸 바탕으로 '무엇을 결정한다'는 전혀 다른 프로세스다. 생각과 감정은 다르게 움직인다.


'가격에 대한 미래 예측.. 이게 가능한가?'


분양가를 보고 그 가격이 적정 가격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까?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 고려할 변수가 많아진다. 개인 각자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와 예상 수익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예상 보유 기간에 따라 미래 가치는 달라진다. 


그럼 부동산 업계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책정하는 부동산 가격은 정확할까? '부동산 노테크'의 저자이며 감정평가사인 박병호는 말했다.


"감정평가서에는 미래 가치가 없다"


어찌 보면 현재 가격도 적정한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모건 하우절은 그의 책에서 가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개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스로 한 예측을 내가 신뢰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몰래 점까지 보러 다니는 사람이 생긴다. 많은 경우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그 시점 본인만의 감정상태가 영향을 많이 준다. 근데 그 결과가 꼭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럼 '운의 영역이란 말인가?'


수년 전 직장을 다닐 때다. 2019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강원도 발령을 받고 근무기간 동안 가족과 지낼 아파트를 알아봐야 했다. 1년~2년 근무가 예상되어 깨끗한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분당에서 살다 가니 그곳의 아파트 가격은 당연히 상대적으로 싸게 보였다. 이런 헷갈림이 새로운 기회를 보게 한다.  


마침 택지지구에 중대형 단지가 새로 입주하고 있었다. 500여 세대로 40평대 이상으로만 구성된 희소성 있는 단지였다. 지방은 중대형이 괜찮을 수 있다. 당시 S아파트 44평대가 프리미엄 0 혹은 3백만 원대에 입주 가능 매물들이 있었다. 아내와 바로 상의했다.


"여기는 살기도 좋고 중대형 신축인데 지방이라 그런가? P가 없어.. 그냥 매수할까?"

"주변에 미분양이 많이 있나? 그게 다 빠지면 모르지만.."

"그렇지, 다행히 그쪽은 소진이 거의 다 되었어.. 근데 큰 평수인 여기가 가격이 더 싸다는 거지."

"그럼 당신이 말하던 안전마진은 있네. 망하진 않겠어."

"지방 발령이라 우울한데.. 전세대신 내 집에서 살자. 나중에 팔 땐 지금 가격보다 돈 천만 원 오르면 되지 뭐~"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은 나에게 묘한 반발심리와 함께 뭔가 다른 걸로 보상받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주변엔 일체 비밀로 했다. 직장생활 후반, 말년에 갑자기 지방의 대형 아파트를 사다니.. 이걸 알면 모두 비웃을 거 같았다. 아니 부동산에 홀릭한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거 같았다. 그렇지만 굳이 남 눈치를 볼 이유도 없다. 그들도 그들 인생의 미래를 모른다.


'결국 감정이 생각을 또 이긴다.'


곧 실행에 들어갔다. 살던 분당집은 전세를 주고 바로 매매 계약을 했다. 골프장 뷰까지 보너스로 갖춘 중간층을 잡았다. 당시 아파트 계약 시 부동산 중개인과의 대화다.


"저는 여기 정말 살기 쾌적해 보이고, 주변 새 아파트 대비 가격도 싼데.. 왜들 이 가격에 그냥 팔아요?"

"외지에서 오셨으니 싸 보이죠.. 여기분들은 비싸게 봐요, 몇 년간 가격이 계속 침체돼서 기대를 안 하죠."


지금보다 가격이 더 빠질 경우는 별로 없어 보였다. 대신 좋아질 이유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럴 땐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지방 근무의 씁쓸함(?)을 달래며 투자 기대 수준을 낮추었다. 그렇게 매수 결정하니 마음이 편했다.


'투자 그만 따지고.. 조용히 살면서 당분간 힐링을 하자.'


그 아파트는 근무기간 잘 살았고 거기서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3년간 보유 후 얼마 전 좋은 가격에 매도를 했다. 처음에 기대했던 수익보다는 10배 이상 좋은 결과였다.


'미래 예측이 소용이나 있나? 정해진 가격도 없는데..'




분석을 해서 미래 가격을 알 수는 없다. 우연히 맞출 때가 있을 뿐이다. 


'지금 눈앞에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볼 수 있는 힘은 '분석'과 '행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생기는 거 같다.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메워줄 수 있는 게 '부동산 상상력' 아닐까. 


그런데 계속 잘 지켜보면 미래 가치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다.. 


'어떻게 관찰해야 상상력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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