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는 '돈'으로만 할 수 없다.(2)
내가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남들이 생각하는 세상과 같은 모습일까? 서로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나의 세상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이해하고 살아간다. 사실 각자의 인생은 자기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자기 시간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
'언어'란 내 생각과 바깥세상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수단이다. 만약 끝없는 수평선의 검푸른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바다에 대한 느낌을 쓴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느낀 감정이 없다면 쓸 수 있는 언어도 제한된다. 경험이 다르면 세상을 이해하는 범위와 삶의 적응 방식도 달라진다.
20년 전인 2003년 회사 바로 옆 주차장에 모델하우스가 생겼다. D건설사에서 용산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었다. 아침에 차를 주차하고 출근하고 또 퇴근하며 바로 옆을 매일 지나갔는데 어느 날 미분양이 나고 장기간 선착순 계약 플래카드가 걸렸다. 그때는 용산이 그리 인기가 많지 않던 시절이다.
궁금해서 주변에 물어보니 모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모델하우스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선착순 홍보 플래카드가 걸린 어느 날이다. 점심식사하며 동료인 김 과장에게 물었다.
"김 과장, 산책도 할 겸 옆에 모델하우스 잠깐 둘러볼까?"
"어디? 모델하우스가 있었나?"
"바로 옆에 주차장에 있는 거 말이야"
"아~ 거기? 파리 날리던데.. 거긴 왜?"
결국 나는 혼자 둘러보았다. 모델하우스는 잘 꾸며졌지만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 주변 시세보다 비싼 가격이고 주변이 개발되기 전이라 다소 어수선한 입지였다. 직원한테 안내를 받으며 물었다.
"옆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사람들 많이 와요?"
"거기서 많이 오실 줄 기대했는데 거의 안 와요. 고객님이 이번주는 처음인데요."
나는 너무 궁금했는데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것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다. 항상 기회는 있지만 그 시점엔 그게 좋은 건지 알기 어렵다. 그 용산 주상복합도 당연히 분양가대비 3배 이상 올랐다. 해당 모델하우스가 있던 주차장 부지에는 현재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 관심사는 각자 다르다. 살아가며 '관심사'는 없어지거나 바뀐다. 때론 아주 깊어진다. 세상을 보고 반응하는 인체 감각의 체계도 그 호기심에 따라 진화하거나 퇴화한다. 어떤 사람은 모델하우스가 있는 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빨리 가보고 싶어서 일정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나도 그때 용산 투자를 하지 못했다. 그냥 살펴본 것뿐이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과 별 차이는 없었다. 현장에도 가보았지만 깔끔한 신도시에 익숙한 나에게는 불편해 보였다. 눈으로 보고도 그 이상의 상상력은 없었다.
2009년 여의도 인근 영등포에는 경성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며 과거 공장지대라는 낙후된 이미지가 바뀌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던 영등포가 더 이상 아니었다. 도시는 멈춰있지 않고 계속 변한다. 공사판으로 어수선한 도심의 거리를 지나며 내 눈과 머리는 혼자 바쁘게 움직이곤 했다.
'미래 모습은 어떻게 될까?'
그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과 '호기심'이었다.
그때부터 신도시 아파트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 부동산으로 관심이 넓어졌다. 영등포역 일대를 시작으로 강남역에서 경기도 판교역까지 도심의 수익형 부동산 현장은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당시 목표는 소형 수익형 부동산이었다.
약 7년 동안 100여 군데 분양 현장을 주말마다 찾았다. 아파트보다 어려운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첫 투자는 송파에서 시작했다. 시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7년이 걸렸다.
수익형은 주거용보다 낯선 분야였다. 양파 껍질 벗기듯 모르는 게 계속 나왔다. 아직도 100%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미래를 예측하고 그걸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최근에 잘 아는 지인이 수도권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후회를 많이 했다. 안정적인 노후 수입을 위해 2년 전 지식산업센터와 상가 여러 개를 동시에 투자했다. 지금은 준공 후 마이너스 P와 상가 공실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궁금해서 물었다.
"여기 현장이 어떤 곳인지 자주 가 보셨어요?"
"계약할 때. 그땐 벌판이라 봐도 모르겠더라고. 그 이후엔 못 갔지."
"그 후엔 한 번도 안 가셨다고요? 궁금하지 않으셨어요?"
"바빴지.."
사실 나는 이분의 부동산 현장을 그동안 3번 정도 슬쩍 가보았다. 처음 소식을 듣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디일까? 왜 했을까?'
나는 10번 이상 미리 가본다. 계약하면 완공될 때까지 거의 20번은 가본다. 현장 가서 주변 부동산 변화 흐름까지 계속 지켜본다. 내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게 내 호기심 대상이다.
'이분은 자기가 돈을 투자한 곳인데도 별 관심이 없었네.'
'무엇을 보고 결정한 것일까?'
아마 눈으로 본 것은 완성 후 조감도와 분양팀이 제시한 미래 수익의 예측표 몇 장 정도일 것이다. 분석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희망사항이고 믿고 싶은 스토리에 가깝다. 그래도 이게 '가능할까'하는 의심이나 호기심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검색하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타인이 올린 정보와 생각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합리적인 예측'을 해본들..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남의 생각과 내 생각도 구별하기 힘들다.
''얼마나 많이 가보았나?"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하다. 계속 관찰하고 끝까지 자기에게 물어보며 궁금증을 줄여 보는 것이다. 단점은 몇 년이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별수 없다.
끊임없는 호기심만이 '혼자만의 논리'와 수시로 '날뛰는 감정'을 중간에서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인생의 다음 단계가 궁금한가? 만약 궁금하지 않다면 현재의 세상에 최적화된 상태다. 그런데 나는 진행형이다. 더 알고 싶고 만나보고 싶은 부동산이 많이 있다. 계속 나온다.. 여전히 궁금하다.
'다음 단계 무엇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