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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Sep 13. 2017

짧은 글 - 누군가를 만난다면

    가끔씩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 자주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에는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가, 정말로 지칠 때면 서로의 어깨와 품을 빌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 사람과 나는 꽤나 많은 것들을 함께 할 것이다. 일상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도심 속 숲을 거닐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서로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며, 서로의 실패에는 말없이 다가가 곁에 있어 줄 것이다. 두 손을 맞잡고 한강변 페스티벌에서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불만들을 털어놓으며 투닥거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희노애락을 함께할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옷을 단정하게 입는 법이나, 남들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쳐 줄 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그림을 감상하거나, 여름 바닷가에서 수영을 할 때 짠물을 먹지 않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 덕분에 난 여태 몰랐던 학교 뒷산의 맑은 공기나, 그녀의 집 앞 내천의 물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녀에게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소개하거나, 이제는 흘러가버린 옛 가수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어쩌면 영어로 된 책이나 노랫말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을 테고, 그녀는 나로 인해 내 집 앞 낡은 철길을 밟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나의 일상과 나의 감정이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될 때, 나의 세상은 한결 더 풍요로워진다. 몸살에 걸린 날, 혼자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말없이 해열제와 쌍화탕 하나를 건네어 줄 사람이 생긴다. 동시에 내가 혼자만의 시선으로 누군가에게 실수를 하려 할 때, 따끔히 그게 아니라며 혼내 줄 사람 역시 생긴다. 1인 2매의 시사회 초대권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연락할 사람도 생기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소중한 동행인과 함께 내 세상을 거닐게 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두 다리로 서 있을 것이다. 각자의 일에 매진하며, 각자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리라. 각자의 삶을 공유하지만, 상대의 삶에 침식되지는 않는.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을 힐난하기보다는, 존중하고 믿어주는 관계. 그런 관계를 맺었으면 한다. 둘 중 하나가 땅에서 발을 떼고 다른 누군가에게 업히는 순간, 즐거웠던 동행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여정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가끔씩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되, 나 스스로를 잃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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