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아이의 마음
문득 아이의 손을 보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손톱 아래쪽의 살갗이 다 벗겨져 반들반들했다.
지금껏 손톱을 뜯거나 손장난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새 기관에 새 친구들 사이에서 순간순간 초조함을 느낄 때,
선생님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날 때,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어쩌지 못하고 자기 오른손 엄지 밑 살만 뜯었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살갗이 다 벗겨지도록 뜯어대면서 외로움을 견디고 용기를 내곤 했겠지.
정작 자신은 그 상처가 왜 생긴 건지, 아픈 건지 안 아픈 건지도 잘 모른다.
나란 엄마는 고작 스스로 손가락을 뜯은 상처 같지도 않은 상처 때문에 감상적이 되는 건가.
(큰 사고나 병이 든 아이들의 엄마들의 마음은 헤아릴 수 조차 없겠지.)
그저 난 낯선 환경을 견디며 배우고 적응하는 아이의 마음을 만져주고 싶다.
내가 모를 때 아이는 이러한 마음이었겠구나. 이제는 내가 항상 들여다볼 수도 없고 짐작할 수도 없게 되겠지.
나는 아직 내 딸이 조금만 아파도 아프다고 목놓아 울었으면 좋겠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내게 소리쳐줬으면 좋겠다. 아파도 아닌 척 무서워도 괜찮은 척 삭히고 참고 나 모르게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오늘이 아이의 일생 중 가장 어린날이었구나 내일 일어나면 또 커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