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의 만남 그리고 유난히 흐려 보이던..
슬픔을 억누르려는 슬픔을
느껴본 적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오래전 명절날
식구들이 펜션에 모였다는 말을 듣고
와서 밥 먹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그곳으로 향했었다
밥을 먹고 너무 오랜만에 본
조카들과
이모, 큰삼촌과 이모부
매형 동생들.
어느새 끝자락에 매형과 동생들의 술자리에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사촌 막냇동생에게 조언들이 쏟아진다
그 자리를 지키던 나와 이모 엄마 이모부.
도중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란 얘기가
날 제외하고 막냇동생에게 나왔다
이런저런 얘기 속에
사촌 동생의 엄마인 이모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가야 한다
매형은 그러다 늦으면 못 간다 능력은
결혼해서도 채울 수 있다
듣던 동생이 내 위로 형들도 많은데..
하며 고개를 들었고
이모와 이모부는 나를 본다.
대화도중에 웃자고 한말들이 오가는 분위기였음에
엄마는 여기 그것 때문에 장가 못 간 애 있다며
무심코 웃으며 날 가리키며 얘기했는데.
그냥 한말인데. 실수했다는 듯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다시 살펴본다.
나는 웃으며 에이 나는 좀 특별한 케이스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니까 제외해 줘.
하고는 그렇게
다들 웃고 넘어갔다.
이 얘기들이 나오기 전에
이모와 단둘이 이런저런 얘길 했던 터라
이모는 지긋이 내 손을 잡는다
가족들이 모인 곳에 도착했을 때
이모가 날 따로 불러한 말이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잃었고
너는 있으나마 나한 아버지를 둔 거고..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에게 못해준 것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나는 이내 그 자리를 나왔던 터라
슬픔에 잠시 갇혀있는 이모를 그대로 두고
방문을 닫았을 때
나는 웃고 있음에. 울고 싶었다
-
엄만 다 알고 있었고
시간이 꽤 지났고
자신의 아들이 이제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안 한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시선은 가족들에게 가있었지만
이내 자신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애써 웃으며 말한 나도
그 상황과 분위기에서 또 다른 말을 이어가기엔
어려웠다.
그 얘기가 끝나고
십 분도 안 돼서 다시 시끌벅적해졌을 때
엄만 나를 가라고 했다
유난히 집에서만 잘 자는 나를
밤이 깊었음에 운전도 걱정이 되었을 터라
엄만 나를 먼저 보내는 길에
끝까지 마중 나와 내가 가는 걸
지켜보고 조심히 가라 손짓하고 들어가신다.
차에 타고,
노란 가로등 불 빛 몇 개를 지나
어두컴컴해진 도로에 진입했을 때
혼자 사는 집으로 오는 길이..
유난히 혼자 사는 집 같은 게
갑자기 서러웠다.
그리곤 회상했다
벌써 몇 년이 지난 일..
내 나이 스물 아홉에 널 만나
서른 둘이 지났을 때
그때 당시(만나고 있을 당시)
나는 엄마에게
여자친구 나이가 나보다 많다 보니
그 아이 부모님께서 뭐가 없어도
결혼해서 꾸려가면 된다고 남자 친구가 있는데
삼 년째 소식이 없다고, 뭐라 한다. 했을 때
나는 그때 엄마의 말을 잊을 수 없었다
아들,
모르게 결혼했다가
나중에 네 아빠가 알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거 같아서
네가 결혼을 한다해도 나는 못 갈거 같다는 말과
아직 너도 자리 잡은 상황은 아니니까
좀 더 있다 하면 안 될까 했던 엄마의 말
그 뒤로 너와 나 사이에
생긴 일들.
사실, 엄마는 자신이 말한 것 때문에
아들이 헤어짐을 당하고 그 이유가 자신인 것 같아
그 얘길 하며 많이 울었다고 이모가 말해줬었다.
모르게 하자니 엄마가 걱정되었고
안 하자니 너를 잃을 거 같았고
그렇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말 못 하며 고민 중일 때
여자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거 같다며.
내 사정을 알던 여자친구에게서
그 말을 들었었을 때 나는 할 말을 잃었었다
날 이해 못 해주는 서운함 이였을까
아님 말해봐야 소용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을까
결국 나는 엄마와 너 사이에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원망했었다
그 날이후로
너와 나 사이엔 금이 가기 시작했고
우린, 그렇게 멀어졌다 그렇게
3년 반을 넘게 만났는 데
헤어진 지 2주 만에 다른 남잘 소개받고
한 달 만에 새사람과 결혼하게 됐다며
그동안 감사했었다고
우리 엄마에게서
네 얘길 전해 듣게 되었을 때
나는 나를 만난 게 결혼이 목적이었나
하는 배신감에
일 년은 사람을 못 미더워했었고
일 년은 너를 그리워했고
일 년은 나 자신을 탓했었다
그렇게 삼 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나를 되찾을 수 있었고
그제서야 나와의 연이 아니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나는 너를 미워하지도,
그때 상황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
엄마의 말이
웃자고 한 그 말이
돌아오는 내내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준 사람이 생각날 때가
가장 아프듯.
그 후로 잠시 만났던 사람도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기에
나에게 헤어짐을 통보했고
어떤 책을 보고 조언을 들어도
힘들 때 떠나는 건 내 사람이 아니란 말에
반문하고 싶었다
하나같이 내 사람이 다 떠났다고
힘들 때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한 거냐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안정을 되찾은 지금.
사람이 그립고 하루가 외로운 지금
널 처음 가족들에게 소개했던 날도 명절이었고
몇 년이 지나.
너에 대해 누구도 내게 묻지 않는 날인
오늘도 명절이었는데
돌아오는 내내
내 마음은 슬픔에 갇혀 있었고
가장 힘든 시기에 찾아와 위로가 되었다가
가장 힘들 때 떠난
너가 밉다가도
그게 너와 나의 잘못은 아니였단걸
인정했다
오늘, 명절날
어쩌면 기쁘고 좋은 날
날 사랑해 주던 좋았던 때의
네 마음이 생각나, 슬펐다가
그 슬픈 걸 억눌러야 하는 슬픔이
존재한단걸,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은 나이가 되고
친구조차 쉽게 만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오고
집에서 영활보고
혼자서 밥을 먹게 되는
혼자 사는 집이
오늘따라 유난히 흐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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