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사위

나만 모르고, 남들은 아는

by 고운 저녁

붓사위


붓에 그득

먹물을 먹여

벼루와 함께 합을 맞춘다


꾹 눌러 획을 긋고

힘을 들였다 놓으며

가지런히 빼냈다

다시 꾹


주름 없이 하얀 화선지 위로

까만 먹물이

호기롭게 춤을 추었다


붓은

거짓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듯,

검은 춤사위만으로

흰 종이 위에 먹물 튄 까닭이며

손끝의 잔꾀까지도

꿰뚫어 담아냈다


어찌하여 나는

모든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놓았는지

새하얀 종이 위의

나체 퍼포먼스 같은

붓사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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