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고, 남들은 아는
붓사위
붓에 그득
먹물을 먹여
벼루와 함께 합을 맞춘다
꾹 눌러 획을 긋고
힘을 들였다 놓으며
가지런히 빼냈다
다시 꾹
주름 없이 하얀 화선지 위로
까만 먹물이
호기롭게 춤을 추었다
붓은
거짓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듯,
검은 춤사위만으로
흰 종이 위에 먹물 튄 까닭이며
손끝의 잔꾀까지도
꿰뚫어 담아냈다
어찌하여 나는
모든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놓았는지
새하얀 종이 위의
나체 퍼포먼스 같은
붓사위여
동경 근처, 후지산이 보이는 작은 지방 도시에 사는 26년 차 재일 한국인. 분절된 삶의 조각들을 꿰어 존재의 의미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시와 에세이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