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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Jan 05. 2023

계속 변해야 하는 것,
완성형이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 6-(3): 청년기획자 임현진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

청년/공연예술기획자 임현진




서울아트마켓 후즈후 (c) PAMS





지금 말씀을 하시는 거 들으면서 정말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창작자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소스가 있어서 그걸 매개하던. 아니면 아예 콘텐츠를 새로 생산해 내던. 새롭게 그거 자체를 혼자서 하는 걸로 의미가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보여줘야 되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고. 또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주려고 한다는 점에 있어서 창작활동으로서의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요. 기획자는 매개하는 사람이지만 그 매개방식이라든가 매개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이냐 그 매개도 1부터 10까지가 있다면 그 배열이 어떤 식으로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들 생각하면 꽤 창의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느끼시는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게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임현진: 창작과 창작을 한다는 것과 창의적이다라는 것은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제가 어떤 일들을 마주하고 그거를 해나갈 때 기본의 자세가 문제 해결의 자세인 것 같아요. '문제가 뭐지, 어떻게 해결하지, 해결했다.' 이 순서대로 사고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요. 해야 되는 일이나 목적도 다 그런 방식의 세팅을 하고. 근데 그게 이게 수학공식이 아니어서 그 해결 방법을 찾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 어떻게 찾아갈 건 데에 답하는 게 가짓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뭘 선택할 지도 저의 자율에 달려 있고 그걸 선택하는 방식이 창의적이어야 더 잘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저는 큰 범주 안에서 보면 제가 하는 일들 같은 기획도 창작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제 제가 창작을 실제로 수행하는 창작자가 아닐 뿐이지. 그리고 그런 매개나 배치 배열. 무엇을 보이게 할지를 선택하는 그런 큐레이션 내지는 프로그래밍. 그런 것들도 굉장히 창의적인 것(같아요). 


잠시 창작자가 되어보았던 순간 (c) 장은혜


기획자이든 창작자이든, 기획작업에서 창의적일 수 있는 부분들에서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하신다는 점에서 예술과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두 가지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고 또 사회적인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느껴졌는데, 어떠신가요. 

임현진: 우리가 아기들한테 불량식품 안 주잖아요. 그것처럼 저도 무언가를 만들어서 준다면 불량식품이 아니라 더 좋은 것. '아, 됐어. 난 이거 좋아해. 이거 맛있단 말이야.' '근데 너 이거 안 먹어봤잖아. 이거 한 번만 맛봐봐 이거 다를걸?'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이 알게 되는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잖아요. 그 시야를 넓힌다는 것에서 굉장히 쾌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천성이 오지랖퍼여서 (웃음) 사람도 소개해주고 막 '이거 한번 봐라. 이거 너무 좋다.'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런 성향과 맞아요. 사람이 좋고 사람 소개해주는 게 좋고 좋은 거 소개해주는 게 좋고.


예술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으시다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좋은 것이라는, 예술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 그럼 기획자로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임현진: 저는 되게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안목이고 그리고 미적인 성취도 그리고 그걸 성공시키는 능력 이게 되게 중요한 가치였고, 그거를 수련하기 위해서 엄청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배우고 터득하려고 애를 많이 쓰고 근데 그거를 얻지 못했는데도 거기만 집착하지 않게 된 이유는 그거는 계속 변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완성형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 내가 내실이 더 있어야 하는 거였네. 나 혼자 잘났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거기에 대한 집착이 덜어지고 되게 편안해졌어요. 그러고 나니까 요새 저한테 남아 있는 키워드들은 지금 제가 키워드를 엑스 쳐보고 동그라미 쳐보고 했는데, 저는 이해를 바라는 것 같아요. '사람이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고 이런 이야기도 이런 세상도 있어.'라는 이해를 내가 도왔으면 좋겠고, 혹은 누군가가 새로운 이해에 대한 제안을 할 때 '그 얘기를 들어봅시다'라는 장을 을 열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그런 다른 것들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거, 그게 저한테는 지금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인 것 같고. 


그 이해가 행동적인 걸 의미한다면 제가 바라는 거는 약간 전 지구적인 공존을 하는 거예요. 우리 마을, 우리 도심,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조금 더 그런 너른 마음의 가치들을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공동체가 다 같이 살 수 있지 않을까? 다 같이 생존을 향해 가는 그런 공존을 한번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런 건 대통령이 하는 일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쪼끔 쪼끔씩 많아지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드네요. (웃음) 질문이 참 어렵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렇다면 그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뭘까요? 이해를 해서 서로의 공존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임현진: 세상이 망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도 다 죽을 거예요. 그래서 있는 시간 동안 행복해야 되고 더 빨리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영리하게 살아남아서 주어진 시간을 잘 영위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생각이에요. 


대답을 해주시는 거 보니까 느껴져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 화두였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가 라는. 그럼 그런 기획자로서 동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임현진: 네. 외롭잖아요. 혼자서. 그리고 이게 맞는 거라면 동료들이 붙을 텐데 내가 혹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라는 의심. 그래서 공감하고 혹은 혹시라도 편협되게 갈 때 옆에서 이것 좀 이상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 그런 감정의 쿠션이 쌓여 있어서 서로 안전하면서도 냉철하게 판단해줄 수 있는 사이가 늘 필요한.


동료들과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으세요?

임현진: 제가 먼저 동료가 돼줘야 되겠더라고요. 그니까 동료가 필요한 사람들한테 기다려봐 금방 갈게 해 줄 수 있는 상태의 사람이 되어야 내가 생각하는 동료들도 내 주변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사실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되게 다른 얘기일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어떤 사업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고 성과가 있고 목표치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지만 어떤 사업들 어떤 일들은 그것이 없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투쟁이 지금 대표적으로 그런데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요. 그런데 그때 우리가 만약에 성공을 못했다면 이 일의 끝은 어디로 잡을 건지 혹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건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좀 있어야 되고 시나리오도 있어줘야지 다치지 않고 그다음도 존재하는데 지금까지는 사실 다치는 경험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뭔가 결국에는 머리띠 두르고 싸웠는데 잘 안 돼서 다들 마음 상하고 패배감 쩔고 '저기는 다시 안 가' 리스트가 엄청나게 늘어나서 이제 어디에서 예술 표현을 생각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아티스트들. 그런 것들을 좀 더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그게 괜찮아요. 안전해요. 같이 가요.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떻게 접읍시다.' 이거를 좀 넉넉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 마음을 좀 공감할 수 있는 분들도 많이 있지 않을까? 슬픈 얘기.


기획자로 사회에 바라는 건, 혹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임현진: 저는 기획자들의 노동값이 더 존중받았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과 아이디어들 제안이나 묘책들 전략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거를 다들 뼈저리게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냥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이 다 누군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거구나. 저 사람의 전문성은 노동은 내가 그 값을 주고 사야 하는 거구나'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을 했으면 좋겠고. 그것과 더불어서 같은 맥락에서 기획자들도 더 이상 갈아 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갈아 넣으면 이 일이 성공할 거야'가 아니라 '내가 갈아 넣어만 성공하는 일인 거면 그 일은 뭔가 문제가 있어.' 그런 마음들이 좀 더 있어서 서로 있어서 스스로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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