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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Aug 31. 2020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간 브렛 화이트니

아트 갤러리 뉴사우스 웨일즈의 타다만 성냥 조각도 내가 했다 

2미터가 넘는 큰 캔버스(203X364)를 시원하게 채운 울트라 마린(Ultra Marin)이 내 맘에 쏙 들어온다. 아니 내가 풍덩하고 빠져 벼렸다. 르네상스 시절에도 청금석으로 만든 비싸고 신비한 이 색을 성모 마리아에게만 사용하였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네덜란드의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이 색깔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색깔이다. 

 

작품은 1975년에 브렛 화이트니 (Brett Whiteley)가 그의 집 라벤더 베이 (Lavendar Bay)에서 그린 발코니 2 (Balcony 2)이다. 1981년 NSW 주립 미술관 (Art Gallery of NSW)에서 구입을 하여서 항상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드니 하버를 그린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이 작품만큼 크리스피 한(Crispy) 시드니의 공기와 쾌활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의 집 발코니에 서면 정말 왼쪽으로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이고 한가롭게 떠있는 요트들과 팜트리와 오페라 하우스만큼 하얀 새들이 보인다. 



 

브렛 화이트니(Brett Whiteley, 1939-1992)는 1939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서 미술을 공부했고 1960년 이탈리안 정부 장학생으로 유럽으로 가서 영국의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에 빠진다. 그 당신 그린 Untitled Red Painting 은 영국 tafe 갤러리가 구입한 가장 어린 작가의 작품이란 기록이 깨어지지 않고 있다. 


작가로서의 화려한 데뷔와 더불어 1964년 뮤즈(Muse)인 Wendy와 결혼을 일과 사랑 모든 것을 이룬 완벽한 인생처럼 보인다. 그리고 1976년 현대미술의 중심이 된 뉴욕으로 이주하여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기존의 질서에 반항하는 히피문화가 혈기왕성한 예술가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자유로운 예술적 영감을 위해서 마약, 히로폰을 서슴지 않았으며 영국의 연쇄살인범 크리스티(Christie)와 영화와 같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일본의 유끼오 미시마(Yukio Mishima)에 매료되었다. 평화, 자유, 예술혼으로 포장한 마약, 술, 방탕한 생활들로 재능이 많던 그의 불같은 20대가 조금 위태롭게 끝난다.  


1970년 호주 시드니로 돌아온 그는 North Sydney의 Lavendar Bay에 아내 Wendy, 딸 Arkie와 정착을 한다. 가족과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1975년 발코니 2를 남기고, 1976년에는 거울에 비친 자화상으로 아키 볼드(Archibald)를 수상하고 술만도 수상한다. 2관왕이다. 1977년에는 작품 <The Jacaranda Tree on Sydney Harbour>로 윈(Wynn)상을 수상하고 이 그림은 1999년 당시 최고가인 A$1,982,000에 팔린다. 1978년에는 그해 아키볼드, 윈, 술만을 싹 쓸어 버리는 3관왕까지 해버린다. 


이렇게 그의 30대는 호주에서 예술가로서 더 성공적일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마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알코올과 약물중독을 고치려 노력했지만 부와 명성이 부채질 역할을 하여 이제 그를 삼키려고 하였다. 1989년 사랑했던 Wendy와도 이혼을 하고, 그의 삶은 파국의 드라마처럼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서리 힐의 스튜디오에서 혼자 작업을 하면서 8미터짜리 성냥 Almost Once(1991년) 조각하며 이제 성냥처럼 자신의 삶이 다 타 버렸다는 것을 직감했을까? 다음 해 한 지방의 모텔에서 죽었고 사인은 약물중독이었다. 




현재 그의 아내 Wendy Whiteley는 Lavendar Bay 집에 남편 Brett의 유해를 묻었고 정원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현재 호주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럭을 끼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Brett Whiteley Travelling Scholorship을 만들어 매년 3개월간 파리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A$25,000 (2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극적인 삶을 살다가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이름과 작품은 여전히 맘속에 오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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