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과 타당성, 논리적 체계적이라는 개념이 반복된다.
보편적인 것은 타당하게 여겨지는 것이고, 타당하게 여겨지다 보면 보편적인 것이 된다.
보편적이기 때문에 타당하게 여겨지는 것인지, 타당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것인지에 관한 모호한 경계.
시작도 끝도 없는, 시작도 끝도 아닌 순환.
글쓰기의 목적이 보편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어떤 사실에 관한 불편함으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행위라면,
또한 그것을 글쓰기가 추구할 최고의 과업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런 주장조차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며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창의적인 사고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결국 보편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글쓰기의 과제라면,
글쓰기가 기왕의 사고와 관념과 느낌을, 문화와 규범(규칙)을 부정하는 정신에서 출발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내어 보인 결론조차도 부정되기를 긍정하는 행위라면,
모든 글쓰기는 자기 파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전복적인 사고의 실천이 글쓰기를 익히는 중요성의 한 부분임을 이야기하는 교재가 또 하나의 규범처럼 자리 잡는 듯한 시간.
만약 그것이 확립된 모든 세계를 향한 도전을 부추기는 것이기보다, 확립된 세계의 규칙에 따라 사고하기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쩐지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