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모성 1

by 정선생

‘최초의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해야 했다. 언어 자체가 실재와 기호를 일치시키는 작업이라고 했을 때, '그 모양'을 '그러한 소리'로 불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연관성(필연성)이 없는 두 항목을 연결하고 그것을 체계화하는 데에는 추상적 사고 능력의 발달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최초의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에리히 노이만의 “위대한 어머니 여신” 개념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적을 통해 공부했었던 내용을 쉽게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 ‘최초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순전히 언어를 통해서 가능한데, ‘최초의 인간’에게 아직 발달된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서로 다른 모습을 지칭하기 위한 단어들이 존재했을 텐데, 그것을 편의상 ‘남성'과 ‘여성'이라고 하자. ‘최초의 인간’은 거친 자연 속에서 삶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친밀한 사람과 접촉을 했을 것이다.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남성과 여성의 구별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접촉했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성애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호감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던 중에, 자신과 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과 접촉했을 때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자신과 다른 사람과 접촉했을 때 발생했다. 바로 열 달이 지난 뒤 ‘새로운 인간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미 인간은 땅에서 식물들이 자라고, 그 식물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이라고 부르던 인간의 몸속에서 새로운 인간이 나오게 되는 모습을 보고 땅과 여성을 동일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요컨대 여성은 땅(대지)과 같은 생성능력을 가졌고, 자연과 동일한 힘을 지닌 위대한 인간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류가 가졌던 최초의 신격은 ‘여성’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땅은 생명을 길러낼 뿐만 아니라, 생명체를 거두어 가기도 했다. 그래서 생명을 낳는 여성으로서의 땅은, 생명을 거두어 가는 존재이기도 했다. 또한 지진이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는 여성의 분노로 읽혔을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을 신성하고 무서운 존재로 생각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먼 과거의 인간들은 월경이나 임신 과정에서 여자들이 보여주는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지진과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와 유사하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지는 생성과 파괴, 소멸의 모순적 균형을 이룬다. 최초의 인간들은 새로운 인간을 생성할 수 있는 인간에게서 대지의 속성을 발견한다.


정리하면 생명을 길러내는 땅의 모습과 출산하는 여자의 모습을 일치시키면서 ‘대지=여성’이라는 추상화를 완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땅은 언제나 평온하지 않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상태로 되돌아와 예전과 같은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땅의 변덕스러움은 실제로 여성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월경과 임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르몬 수치의 변화로 인간 감정 불균형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그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선사시대의 남성들은 여성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존재라고 믿었을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땅과 여성이 동일시되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에리히 노이만은 “위대한 어머니 여신”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여신에게 부여된 두 가지 성격을 ‘선한 어머니’와 ‘공포의 어머니’로 구분해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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