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답잖다

다시 열리는 열매라지만

by 정선생

빨갛고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손주에게

할미는 열매가 매달린 가지를 따 주었다

가지를 손에 쥐고도 손주는 열매를 보러 가자 하고

할미는 열매가 매달린 가지를 연달아 따 주었다


열매를 손에 쥐고도 열매를 보러 가자는 아들에게

아빠는 열매는 떨어져야만 열매인 거라고 말했다

아빠 말이 무서웠던 아들은 열매는 이제 없다 하고

아빠는 떨어진 열매가 한참 후에 나무가 된다며 달랬다


열매를 내려놓고 아들은 엄마에게 안겨 잠이 든다

엄마에게 안긴 아들을 보며 아빠는 슬펐다

떨어진 열매와 훗날 열릴 열매가 다르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빠는 쭈글쭈글한 열매 같은 엄마 얼굴을 생각하며

엄마를 안고 잠든 아들을 지긋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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