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갈아먹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일 것 같다. 설마 더 있을까?
하나는 믹서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판에 직접 갈아서 먹는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강판에 토마토를 갈아 주셨다.
나와 동생은 옆에 앉아서 어머니가 토마토를 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봤다.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손가락 끝을 다칠 수 있으니 아직 안 된다는 말만 듣고 포기해야 했다.
실제로 어머니도 손가락 끝을 살짝 긁히고는 하셨다.
나이를 더 먹고, 내가 직접 강판에 토마토를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가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그때 어머니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셨을까?
결혼 후 믹서를 구입한 건 아마 아이가 태어나면서이다.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믹서가 필요했다.
그 전에는 강판 하나를 사서 이것저것 갈아먹었다.
정확하게는 아내가 임심 했을 때, 부모님이 잔뜩 주신 토마토를 갈 때 쓰기 위해서 장만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강판에 토마토를 갈아먹는다.
믹서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이, 그저 나 혼자만 먹을 때는 더욱 그렇다.
오늘은 아이와 아내가 없는 틈을 타 청소기를 돌리고,
샤워한 후 한잔 시원하게 마셨다.
곱게 갈리지 않는 투박함이 강판으로 갈아먹는 토마토의 매력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어머니 곁에 앉아 빨리 갈아주기를 기다리던 시절이 토마토 빛깔처럼 선명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