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데 말이야.
고래 바다 여행선을 타면
그를 꼭 만나야 한다고 기대하지 마라
그건 욕심이다
향유고래를 만나러 가는 일은
고달프고 지친 몸을
잠시 오아시스에 뉘는 것과 같은 것
세찬 모래바람 속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외로운 낙타처럼
고래는 거친 세파를 헤치고 유영하는
한 떨기 그리움일 뿐이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고래는 절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일렁이는 파도의 속살에는
날개 달린 포유류가 회유해야 할 항로는 닦여 있지만
그가 머무를 정거장은 어디에도 없다
사하라에 급작스레 스콜이 쏟아지면
낙타의 뜨거운 발자국이 흔적 없이 지워지듯이
한바탕 정어리 떼가 훑고 간 바다 어디에도
고래가 지나간 족적은 찾을 수가 없다
바다의 까치놀 속을 낙타가 순례하듯
오늘도 고래는
해무 드리운 사막 위를 신기루처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