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서생포왜성 앞 바다
하필
이름도 모를 들꽃들이
왜성 한구석에 다닥다닥
바람자락이나마 잡겠다
땅을 끌어안은 채
얼굴만 내밀어 떨고 있다
온몸을 휘감는 젖은 그리움
살품 가득 안겨 오고
칼날 같은 잡초가
지친 걸음을 붙잡는다
기나긴 세월 지나 만났기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은 아닐까
애써 귀 기울였으나 그저 붙들고만 있다
오랜 기다림에 말을 잊었음이야
그저 붙들고만
서생포성을 떠돌던 바람
들꽃을 어루만지다 산 아래로 구른다
오래전 파도 소리에 잠들었을
바다 마을 주인들
그 세월만큼 멀어진 바다를 그리워하는
침묵의 통곡들
굴곡진 한(恨), 한 올 한 올 풀어헤쳐
바다로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