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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3. 2022

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

'사람'에 관해 '이야기(평가)'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평가' 당하면서 산다. 그 '평가'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상벌'로 이어지는 수도 있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정보 즉, '평판'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며 산다.


그런데 이런 평가 요소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일'이다. '직장을 다니느냐 다니지 않느냐, 업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와 같은 기준들은 모두 '사람'을 '일'과 연결하여 평가하는 기준이다. 이런 기준은 결국, '부(富)'를 축적할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부유하지 못하다거나 그 일을 하는데도 부유하다거나 그 일을 하니까 부유하다"라는 식의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을 빠르게 잘하는(업무 처리가 빠른) 사람은 쉽게 '능력이 있는(뛰어난)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 업무'를 잘하는 사람은 '그 업무에 관한 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 이런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각한 경우에는 '그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모든 일에 적합한 사람처럼' 여기지기도 한다.


"이 일은 어떻게 할까요?"
"아, 그 일 잘하는 친구한테 맡기면 되잖아?"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분명 영리한 사람이다. 영리한 사람은 생각하는 속도가 빠르고, 여러 정보를 연결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가끔 이런 평판을 내놓기도 한다.


그 친구 사람 참 좋아, 일도 잘하고!


'사람이 참 좋다'는 부분은 애매하기만 하다. 뒤에 붙은 '일도 잘하고'는 좋다는 말보다 구체적이지만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일을 잘하는 사람''일을 총괄하는 사람의 마음에 든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기(적지 않기) 때문이다.


눈치껏 비위를 맞추며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은, 묵묵하게 일만 하는 사람보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눈치껏 비위를 맞추며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한 일에 비해 과한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한 칭찬에 비례하는 더 큰 업무를 맡을 수 있지만, 그는 이 큰 업무를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그럴 가능성도 있고, 그럴 능력도 있다). 결국 옆에 있는 사람의 능력을 활용해서 일을 처리하되, 자신의 공적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갈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요직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내쫓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영리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영리한 사람들을 요직에서 배제하거나, 업무를 중지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들도 이들을 고발할 수 없다. 그들을 고발하는 순간, 우리는 '일'이라는 중요한 평판의 요소를 아예 상실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 나도 참, 맡은 일이나 잘하고 이런 글을 써야 하는데 얼척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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