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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un 20. 2023

축구경기에서 공을 차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메가트론은 대장이지만, 언제나 좋은 실력을 보이지는 못한다.

나는 '개발'이다. 같이 축구를 했던 동기나 선배들이 하던 말은, "정말 빠르고 체력이 좋은데, 개발이다"였다. 실제로 체력은 좋은 축에 속했다. 그래서 언제나 달렸다. 인원을 맞추는 책임이 있었고, 잘 달리는 공격수를 따라가는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전후반을 모두 다 뛰어야 할 의무도 있었다.


축구 선수 중에 개발은 없을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해 본다.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면서 친구들과 야유를 퍼부었던 이유도, 축구 선수''이나 되어서 실수를 한다는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패배한 경기나 다 이겼다가 비긴 경기 등을 보면서 비난을 쏟는 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수라고 해서 정말 그 종목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잘한다고 말하는 선수조차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방향으로 공을 차는 실수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축구 선수라면 반드시 자신이 의도한 방향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득점에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축구를 게임으로 배운다"는 말이 있었다. 이렇게 배운 사람들이 입으로 축구를 한다. 훈수쟁이가 된다. 게임에서는 보통 선수의 능력치가 99까지의 숫자로 표기된다. 드리블, 패스, 슈팅, 체력 등등 다양한 능력치를 종합한 수치다. 수치를 달고 있는 캐릭터(실존인물을 모델로 했지만, 게임에서는 또 하나의 캐릭터일 뿐이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한 슈팅을 보이거나, 완벽한 수비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도 현실적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그 캐릭터가 100%의 능력치를 언제나 고르게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도 경기 출장에 따라 피로가 쌓이고, 적절한 시간에 교체해주지 않으면 다음 경기에 영향을 기도 한다. 그리고 선수 개인의 컨디션이 매 경기 임의로 설정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90 이상의 능력치가 무색할 만큼 실수가 늘어난다.


선수일지라도, 한 사람 언제나 고르게 능력치를 발휘하리라는 건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컴퓨터와 자동차, 시계조차도 공장에서 출고될 당시의 능력치가 실제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제각각으로 나타난다. 같은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어떤 사람 컴퓨터는 잘 작동하는 반면, 어떤 사람 컴퓨터는 느려지고 고장 나기를 반복한다. 같은 자동차지만 어떤 사람 자동차는 시원하게 잘 달리는 반면, 어떤 사람 자동차는 뭔가 답답하고 무겁게 움직인다. 똑같은 시계를 샀는데, 어떤 사람 시계는 1초대 오차로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어떤 사람 시계는 10초 이상씩 오차가 쌓인다. 렇지만 그 물건을 쉽게 버리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심각한 사고의 위험이 있는 중대 결함이 아니라면, 조금 불편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선수라고 해서(은유적 표현으로서 선수를 포함하자) 반드시 자신이 종사하는 일에 100퍼센트 완벽한 실력을 보이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것은, 그 일에 전력을 다할 각오를 의미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각오가, 바로 어떤 일에 선수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축구 선수는 개발이 아니다는 믿음은, '축구=공을 차는 운동'이라는 식의 매우 좁은 시각이 낳은 편견이다. 축구 경기에서 공을 차는 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 달리고 있다.

우리 삶도 그렇다. 공을 차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느리든 빠르든 언제나 달리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주어질 공을 기다리며, 누군가 흘 공을 노리며. 누군가 건넬 황금 같은 찬스를 기다리며 달릴 뿐이다. 찬스를 살리거나 날리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골을 넣었다면, 그건 5천만 골이 들어간 경기겠지만, 그 경기가 승전이었는지 패전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야 할 뿐이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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