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선언이다
퇴사라는 단어는 언제나 마음속에 조용히 앉아 있다.
회의 중, 야근 후 엘리베이터 안,
혹은 주말 저녁 맥주 한 캔을 따는 순간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 말.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도망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무책임하다 손가락질받을까 봐.
아니면, 나조차도 내 결정을 믿지 못해서.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다 결국 또 하루를 견딘다.
그렇게 버티는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지나, 어느새 1년이 되어간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매일 조금씩 퇴사 중이다.
출근길엔 늘 무표정하고,
회의 시간엔 다른 사람처럼 앉아 있고,
퇴근 후엔 깊은 피로보다 더 깊은 허무가 따라온다.
내가 이 회사를 나가면 뭘 할 수 있을까.
다음 직장은 구할 수 있을까.
혹시, 그냥 내가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그 질문들 앞에서
‘폼나게 퇴사한다’는 말은 때때로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선언이다.
내 삶을 더 나답게 살기 위한,
아주 단단하고 조용한 결심.
폼나게 퇴사한다는 건
사표를 ‘던지는’ 멋짐이 아니라,
사표를 ‘쓰기까지의 시간’을 견디고,
그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