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없는 보고서

침묵의 진입

by 피터팬


2017년 6월 3일, 00시 48분

경북 밀산시 제3산업단지 C동 창고, 남서측 진입로


검은 연기 속으로 실루엣들이 조용히 침투했다.

화이트팀, 작전명 문 레벨 3 유기열 대응 프로토콜 발동.

모든 교신은 암호화되었고, 팀원들은 오직 코드명으로만 불렸다.


S-3 팀장 '루카'

제거 담당 요원 '키트'

정찰 정보 요원 '핀'

현장 조작 기술자 '제이드'


“열감지기 이상 없음. 진입 개시.”


루카가 손짓으로 방향을 지시했다.

핀은 앞장서 무너진 창고 구조를 훑으며 말없이 동선을 그렸다.

제이드는 호흡기의 필터를 조정한 뒤, 전방 열원을 주시했다.


“B-14 지점, 폭발 흔적 확인.”

“잔존탄두는?”

“2차 분해 흔적 있음. 열 반응 약하게 남아있음.”


창고 내부는 여전히 붕괴 직전이었다.

공기는 화약과 탄화된 고무 냄새로 가득했고, 바닥은 타다 남은 포장지와 유류 찌꺼기로 미끄러웠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재가 아니었다. 흔적이었다.


“연수 위치 확보. 생존 여부 불명.”


루카의 무전이 끝나자 제이드는 곧장 연수 옆에 있던 무전기 잔해를 뜯어냈다.

칩 하나가 남아 있었다.


'탄두... 진짜 무기들이 있어요... B-14... 사람들 몰라요...'


핀이 짧게 말했다.

“전송 불가. 반송파 없음.”

“처리할 수 있다.”


루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키트가 앞으로 나섰다.

연수의 가슴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아직 살아 있었다.


“흡입 투여. 3초 안에 반응 멈출 것.”


키트가 캡슐을 연수의 코앞에 들이댔다. 연수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눈을 떴다.

그러나, 그 말은 끝내 닿지 않았다.


“사망. 00시 49분.”


01시 08분


“진술자 제거 완료. 현장 조작 개시.”


CCTV 서버는 10분 전 정전으로 리셋되었고, 제이드는 불타지 않은 단말기 두 대를 회수한 뒤 직접 용접을 시작했다.


키트는 박연수의 시신을 B-14 박스 잔해 더미 위에 눕혔다.

불씨는 서서히 옮겨붙고 있었고,

그는 연소가 가능한 천 조각과 플라스틱 파편을 의도적으로 시신 위에 흩뿌렸다.


“사인은 화염, 흔적은 탄화. 충분하겠지.”


제이드는 장치에 소량의 잔류 분진 연료를 부착했고, B-14 구역 선반 일부는 고열 유도를 위해 구조적으로 흔들리도록 조정됐다.


01시 15분


그때 루카의 전용 채널에 암호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시자는 장관이 아니었다. 그보다 상위, '화이트라인' 코드였다.


계획에 없던 서류 회수.작업일지 – 6월 2일자.특이사항 기록 여부 확인 후, 폐기 불가 시 보고.


루카가 말했다.

“...화이트라인이 우릴 감시하고 있다.”


핀이 물었다.

“보고합니까?”

“아니다. 먼저 찾는다.”


작업일지는 연수의 책상 서랍에 끼워져 있었다.

낡고 접힌 종이 하나.


B-14. 공기 진동 7회. 외부 차량 확인 – 검정 밴. PM 1:17


루카는 종이를 읽고 잠시 멈췄다.

“이건... 계획 외 기록이다. 보고하지 마라.”


그는 종이를 반으로 찢어 한 조각은 바로 소각했고, 나머지 절반은 조용히 방염복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01시 22분


작업 종료. 화재는 외벽 쪽으로 확산되도록 유도됐고,

열반응 유도를 위해 창고 동측 철제 구조물이 일부 붕괴되었다.


무소음 드론이 지붕 위로 이륙했다. 열감지 모드 활성화, 통신 간섭 전개.


루카는 마지막으로 철문을 확인하고 말했다.


“작전명 제로 – 철수 완료.”


세 요원은 외벽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01시 27분


경북 밀산시 제3산업단지 C동 창고 외부


사이렌이 다가왔다. 붉은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첫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내부 진입 준비!”


대원들이 호스를 끌고 뛰었고, 고온의 김이 솟아올랐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불꽃이 토해졌다.


열화상 장비가 작동했다.

“B-14 선반 뒤쪽, 고온 지속. 산소 주입 조심!”


이어 경찰차가 도착했고, 형사가 현장을 훑었다.


“입구는 멀쩡하네. 야간 근무자 외엔 아무도 없었다고?”

“박연수 씨, 54세. 단독 근무 확인됐습니다.”


형사는 메모하며 입구 쪽을 바라봤다.

“이상하군... 이 정도 화재에 너무 정돈되어 있어.”


01시 34분


서울 모처, 비인가 통신 채널


화이트팀 제9운용조 루카는 고주파 단문 신호로 보고를 송신했다.


밀산 C동 제로 구역 정리 완료. 대상 제거. 수신 기록 없음. 민간 구조대 접근 시작됨.


곧 짧은 응답이 돌아왔다.


확인. 유족 접촉 여부? 직접 접촉 없음. 보건노무단 통보 예정.
적재물 흔적? B-14 박스 연소 처리. 라벨 제거 완료.
문서 조각? 회수. 직속 코드로 이관 중.


01시 42분


소방대는 무너진 철제 선반 아래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야간 근무자 추정. 질식 또는 전신 화상.”

“박연수. 54세.”


형사는 현장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무전기? 상태는?”

“열파손. 송신 불가.”


“사인: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 외부 침입 없음.”


01시 53분


진화 종료. 경찰은 현장 보고서를 정리했다.


밀산 제3산단 C동 화재 – 야간근무자 1명 사망
전기 합선 추정. 외력 없음. 구조적 결함 없음.


현장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모든 것은 존재했지만

진실은, 보고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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