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언제 찍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햇살이 좋았고
우리 둘 다 많이 웃고 있었다.
사진 속의 우리는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고,
표정도, 눈빛도
참 자연스러웠다.
그 시절엔
사진을 자주 찍었다.
연애하던 때, 신혼일 때는
서로를 찍는 일이 익숙했고
삼각대를 세워 두고
함께 웃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나는 원래 사진을 좋아했다.
배운 적도 있었고,
예쁘게 남기는 걸
중요하게 여겼다.
매년 한 권씩,
우리가 함께 지나온 계절과 얼굴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해마다 ‘언젠가’로 미뤄졌고
결국 한 번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다짐은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고,
언제부턴가
카메라를 드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아마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도, 몸에도
여유가 줄어든 탓이었을 것이다.
렌즈 앞에서 웃는 일도
예전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괜히 자세를 고르게 되고,
표정을 고치게 되고,
결국 카메라를 내려놓는 순간이 많아졌다.
서로의 하루가 버거워지고,
삶이 조용히 무거워질수록
사진은 점점 사라졌다.
카메라 밖에서는
여전히 함께 살고 있는데,
카메라 속엔
우리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늙어가는 얼굴도,
조금 지쳐 있는 모습도,
가끔 문득 웃고 있는 지금의 우리도
기록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내가 보고 싶은 지금,
이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오래도록 손끝에 머물렀다.
사진 속 우리는
젊고, 환하고, 가까웠다.
그 모습도 분명 우리였지만
지금 이 모습도
우리의 일부인데...
그건 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을까.
삶이 너무 바빠서,
힘들어서,
사진 한 장 찍을 여유조차
없었던 우리.
지금의 우리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삶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