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같이 사는 사람처럼
한 달은 아내가 제주에 내려오고,
그 다음 달은 내가 서울로 올라간다.
서로의 생활이 너무 달라져서
이제는 일정도 감정도
조율이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린 매달 한 번씩 얼굴을 본다.
멀리서라도 보자,
그 한 마디로 정해진 우리만의 방식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잘 살고 싶었고,
서로의 일도 응원하고 싶었고,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다 보니
결국 이렇게 떨어져 살게 됐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가끔은 괜히 섭섭하다.
고생은 나만 하는 것 같고,
외로움은 나만 느끼는 것 같고.
그런데 그건,
아내도 똑같을 거다.
공항 도착장 앞에서
캐리어 끌고 나오는 아내를 보면
괜히 웃음이 난다.
서로 표정은 평온한데
눈빛은 늘 조금 어색하다.
같이 사는 동안
그렇게 바쁘게 지나갔던 일상이
이제는 잠깐씩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고양이 밥을 챙기고,
저녁 먹고 나란히 앉는다.
식탁 옆 바닥에,
고양이랑 나란히 기대앉아
그날 본 드라마를 얘기하거나,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낸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
이젠 그 침묵도 익숙하다.
아내가 돌아갈 날이 다가오면
우린 괜히 더 조용해진다.
짐을 싸다 보면
아직도 가끔 멈칫하게 된다.
예전엔 싸우다 말고
"짐 싸서 나가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젠 정말
매달 짐을 싸서 서로에게서 떠난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않았다는 게
가끔은 조금 자랑스럽다.
한 달에 한 번,
우린 마주 보고 인사한다.
“잘 있었어?”
“또 보자.”
사랑은,
같이 있는 것보다
계속 보고 싶어지는 일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