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엔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생각을 한다.
‘이 일, 꼭 내가 해야 하나.’
‘이게 정말 중요한 걸까.’
‘이러고 사는 게 맞나.’
출근길 지하철 안,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사람들 틈에서
나도 그저 멍하니 서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무기력한 얼굴로.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열고, 회의 일정을 확인하고,
시킨 대로 하고, 적당히 눈치 보고,
일을 끝내도 감정은 남는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않는 피로 같은 것.
누가 시킨 건 없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힘들다고 하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웃는 얼굴로 버틴다.
근데 어느 날,
회의실 문을 나서던 순간,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회사 밖엔 뭐가 있을까.
회사 밖의 삶은 정말 지금보다 더 힘든 걸까,
아니면
적어도 내 삶의 방향쯤은 내가 정할 수 있는 세상일까.
지금 나는 내가 아닌 것처럼 살아간다.
‘나’를 어디 두고 온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던 것, 잘하던 것,
심지어 무엇을 꿈꾸던 사람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일,
그냥 살아야 하니까 버티는 하루.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이곳 말고, 다른 삶도 존재할 수 있는지.
쉬운 선택은 아니다.
매달 나오는 월급,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회사의 복지 시스템,
‘어디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소속감.
이 모든 걸 내려놓는 건
무모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월급보다, 자리보다, 명함보다
그저 나답게 살 수 있는 하루가
너무 간절했다.
그 하루가,
이곳엔 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 순간,
회사 밖의 인생이 처음으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