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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든 달팽이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짐을 끌고 간다.

by 피터팬


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다.

느리고 조용한, 아주 작은 달팽이.


다른 달팽이들과 달리,

그 달팽이는 등껍질 대신

작은 가방을 메고 다녔다.



누군가 물었다.

“그거 무겁지 않아?”


달팽이는 말없이 웃었다.


가방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

찢어진 편지 조각,

다 떨어진 단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길이 끊긴 날에도

달팽이는 멈추지 않았다.



가끔 돌멩이에 걸려

가방이 열리고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지만,

달팽이는 조용히 주워 담고

다시 가방을 메었다.


“그런 건 다 쓸모없는 거야.”

누군가 말했다.


달팽이는 대답했다.

“이게 없으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오랜 시간이 지나,

달팽이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 후

그 자리엔 작은 돌과

짧은 문장이 남았다.


어디로 갈지는 내가 정하고,

무엇을 가져갈지는 내가 안다.



달팽이의 이름은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장은

오래도록 남았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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