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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의 마지막 매너 체크리스트

떠나는 순간의 태도가, 결국 나를 오래 기억시킨다.

by 피터팬


퇴사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날 이후 내가 했던 일은 누군가가 이어 받아야 하고,

내가 관리하던 파일과 연락처는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정리하고 떠나는지가,

“깔끔하게 떠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길지

“뒤처리도 못 하고 도망간 사람”이라는 말을 남길지를 가른다.


인수인계 문서, 나 없이도 돌아가게


가장 중요한 건 인수인계 문서다.

형식만 채우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없어도 팀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거래처 연락처와 특징:
단순히 “담당자 김OO, 010-XXXX”만 적으면 의미가 없다.
“점심시간 전엔 통화 잘 안 받는다”
“메일보다 전화가 빠르다”
“예산 협의할 때는 반드시 견적서를 먼저 보내야 한다”
이런 디테일이 후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현황: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다음 마감은 언제인지,
현재 얽혀 있는 부서나 담당자가 누구인지.


관리 중인 예산:
남은 금액, 이미 집행된 항목,
결재가 필요한 시점까지 정리해 둬야 한다.


처음엔 귀찮고 번거롭지만,

이걸 남기고 떠나는 것만으로도

“일을 끝까지 책임졌구나”라는 말이 따라온다.


후임자 교육, 짧아도 진심으로


만약 후임자가 정해져 있다면

짧은 시간이더라도 직접 교육을 하는 게 좋다.


반복되는 고정 업무는 실제로 같이 해보며 알려주고,

“이건 우리 팀장이 특히 민감해하는 부분이에요”

“보고 순서를 꼭 지켜야 합니다”

같은 현장 노하우를 전해주자.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설명하듯이 매뉴얼을 남기면 된다.

그 문서는 훗날 누군가에게 큰 길잡이가 된다.


계정과 자료, 미련 없이 끊어내기


퇴사 후에도 메일함에 새 메일이 들어오고,

내 계정 때문에 팀이 일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메일 자동회신 설정:
“O월 O일부로 퇴사합니다. 긴급한 사항은 OOO에게 문의 바랍니다.”


협업툴 권한 정리:
슬랙, 노션, 구글 드라이브, 회계 프로그램까지
내가 쥐고 있는 권한은 전부 관리자에게 넘겨야 한다.


진행 중이던 결재 건:
중간에 멈추지 않도록 후임자나 상사에게 위임.


퇴사 후에 “이거 비번 아세요?”라는 전화가 오는 순간,

내 퇴사는 깔끔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는다.


책상 정리, 마지막 인사처럼


서랍을 열면 별 게 다 나온다.

작년에 쓰다만 다이어리,

급하게 끄적인 포스트잇,

편의점 영수증까지.


누군가가 이걸 대신 치워야 한다면

내 평판은 거기서 끝이다.


개인 물건은 전부 챙기고,

회사 자산(노트북, 보안카드, 법인카드, 명함, 장비)은 반납하고,

공용 비품은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비워진 책상은 마치 “호텔 체크아웃” 같다.

깨끗이 치운 그 자리 하나가

내 마지막 인사로 남는다.


마지막 인사, 길지 않아도 충분하다


떠나는 날, 모든 사람을 모아놓고

감정적인 연설을 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쓸데없이 원망을 흘려도,

과하게 감정을 드러내도,

결국 기억되는 건 단정한 한 줄이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연결이다.

내가 떠난 뒤에도 이 팀은 계속 굴러가고,

내 이름은 언젠가 다시 누군가의 입에 오를 수도 있다.


그때 “깔끔하게 떠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길 바란다면,

마지막 매너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직서는 종이 한 장이지만,

떠나는 태도는 그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믿는다.

퇴사의 마지막 매너는 회사가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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