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양이의 시선

말보다 공기가 먼저 변했다.

by 피터팬


아내가 돌아온 다음날,

집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하루 종일 함께 있었지만

서로를 조심스레 바라보는 순간이 많았다.


같은 집인데, 익숙하지 않은 집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불을 끄던 공간이었는데

오늘은 커튼을 젖히는 손이 두 개가 됐다.


나는 괜히 농담을 꺼냈다.

“이제 월세 반은 내야지.”


아내는 피식 웃었다.

“그건 아닌 거 알잖아.”


짧은 웃음이 오갔지만, 그 뒤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정적이 잠깐 흘렀다.


그때 고양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동안 아내가 휴가로 잠깐 내려올 땐

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또 금방 나갈 거잖아.’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침부터 계속 아내 곁을 맴돌았다.


부엌에 가면 따라가고,

세탁기를 돌리면 그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다.


커피를 내릴 땐 의자 밑에서 꼬리를 휘휘 돌리며

눈을 마주쳤다.


마치 이번엔 정말 떠나지 않을 걸

얘네가 먼저 알아챈 듯했다.


“이 녀석들, 나보다 빠르네.”


내가 중얼대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이제 여기 정착이야.

얘네가 제일 좋아하겠다.”


나는 그 말에 괜히 컵을 닦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괜히 그런다.

말로 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질까 봐.


점심때쯤엔 고양이 한 마리가

아내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휴대폰을 만지던 손이 멈추고,

아내는 조용히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햇빛이 부엌 바닥 위로 길게 번졌다.

그 위에서 고양이는 천천히 몸을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좀 놓였다.


이제야 정말, 같이 산다는 게

조금씩 실감이 난다.


서로 여전히 조심스럽고,

말은 아직 많지 않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숨소리가 닮아가는 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했다.


고양이도, 아내도, 나도

각자의 속도로 이 집에 다시 적응하는 중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