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현실이 다 가까워진다.
아내가 돌아온 뒤,
첫 주말이다.
3년 만이다.
서울로 올라가 일하던 그 시간 동안
나는 혼자 이 집을 지켰다.
익숙해진 혼자만의 리듬 위로
다시 우리라는 단어가 돌아왔다.
아침부터 괜히 조용하다.
서로 할 말이 없는건지,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오늘은 어디 갈까?”
그 말이 먼저 나왔을 텐데,
입이 쉽게 열리지가 않는다.
이제 이 집은
나 혼자의 공간이 아니라,
다시 둘의 생활이 됐다.
여행이 아니고,
그냥 하루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머그잔을 돌리고 있다.
한참 말이 없다.
나는 그 옆에서
괜히 컵만 닦는다.
“이제 뭐 하지?”
아내가 툭 던진다.
가볍게 들리지만,
그 안엔 여러 감정이 섞여 있다.
일, 돈, 시간...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연함.
점심은 대충 냉장고 털어서 해결했다.
오후엔 괜히 답답해서
집 근처 바닷가로 나왔다.
바람이 세다.
햇빛은 따뜻한데,
공기엔 소금 냄새가 섞여 있다.
바다 앞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둘 다 말이 없다.
근데 그게 나쁘지 않다.
파도 소리가 들리고,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으니
생각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다.
예전엔 이런 바람이 낭만 같았는데
이젠 생활 같다.
매일 불어오고,
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공기.
그래도 오늘은 좀 괜찮다.
바다 앞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진정된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조용히 말한다.
“이제 잘 살아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한마디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