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공기가 먼저 변했다.
아내가 돌아온 다음날,
집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하루 종일 함께 있었지만
서로를 조심스레 바라보는 순간이 많았다.
같은 집인데, 익숙하지 않은 집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불을 끄던 공간이었는데
오늘은 커튼을 젖히는 손이 두 개가 됐다.
나는 괜히 농담을 꺼냈다.
“이제 월세 반은 내야지.”
아내는 피식 웃었다.
“그건 아닌 거 알잖아.”
짧은 웃음이 오갔지만, 그 뒤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정적이 잠깐 흘렀다.
그때 고양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동안 아내가 휴가로 잠깐 내려올 땐
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또 금방 나갈 거잖아.’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침부터 계속 아내 곁을 맴돌았다.
부엌에 가면 따라가고,
세탁기를 돌리면 그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다.
커피를 내릴 땐 의자 밑에서 꼬리를 휘휘 돌리며
눈을 마주쳤다.
마치 이번엔 정말 떠나지 않을 걸
얘네가 먼저 알아챈 듯했다.
“이 녀석들, 나보다 빠르네.”
내가 중얼대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이제 여기 정착이야.
얘네가 제일 좋아하겠다.”
나는 그 말에 괜히 컵을 닦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괜히 그런다.
말로 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질까 봐.
점심때쯤엔 고양이 한 마리가
아내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휴대폰을 만지던 손이 멈추고,
아내는 조용히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햇빛이 부엌 바닥 위로 길게 번졌다.
그 위에서 고양이는 천천히 몸을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좀 놓였다.
이제야 정말, 같이 산다는 게
조금씩 실감이 난다.
서로 여전히 조심스럽고,
말은 아직 많지 않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숨소리가 닮아가는 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했다.
고양이도, 아내도, 나도
각자의 속도로 이 집에 다시 적응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