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나는 다시 벌기 시작했다.
퇴사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통장에 찍히는 건
빠져나가는 돈뿐이었다.
관리비.
카드값.
보험료.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잔액.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좌를 열어봤다.
보면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게 불안의 습관이었다.
처음 돈이 들어온 건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원고 하나.
단가도 높지 않았다.
몇 만 원 수준.
계좌에 입금 문자가 왔는데
한동안 가만히 화면만 봤다.
솔직히 말하면
기뻐하기엔 금액이 작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조금 놓였다.
그 돈으로
대단한 걸 하진 않았다.
마트에서 장을 봤다.
카트에 물건을 담으면서
속으로 계산을 했다.
“이건 내가 번 돈.”
이 말이 묘하게 힘이 있었다.
회사 다닐 땐
돈이 들어오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고마운 줄 몰랐다.
지금은
몇 만 원이
이상하게 무겁다.
프리랜스 일도 하나 맡았다.
메일 보내고,
수정하고,
다시 보내고.
회사 다닐 때보다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이거 잘못하면 다음 일 없을 수도 있는데.’
그 긴장이 계속 따라다녔다.
월급은 안정이었고,
지금 수입은 시험 같았다.
그래도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아무도 나를 출근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는데
나는 돈을 벌었다.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다.
예전 월급에 비하면
지금 수입은 한참 모자란다.
생활을 바꿀 만큼은 아니다.
불안을 없앨 만큼도 아니다.
그래도
완전히 멈춘 건 아니라는 증거다.
퇴사하고 나서
가장 무서웠던 건
‘내가 이제 돈을 못 버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였다.
작은 금액이지만
그 생각을 조금 밀어냈다.
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히 망한 것도 아니다.
요즘도 계산기는 자주 두드린다.
아직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안다.
나는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작게라도
뭔가는 만든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