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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Jun 08. 2023

 '김치 냉장고'를 바꿀 구실이 생겼다

- 깡마른 사람도 코를 골아요

이 글은?
급할 때 이면지에 대충 갈겨썼다가 휴대폰 카메라로 '스캔'한 후에
'텍스트로 추출'하여 발행한 글입니다.

 

세컨 하우스에 '건조기'를 새로 들였다.
 

로봇 청소기, 건조기, 식기 세척기 시쳇말로 << 3단 콤보>>라고 하거나 <<이모님>>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식기 세척기 이모!~''라고 한단다.




세컨 하우스 살이를 하자면 살림살이가 하나씩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본가에 있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세컨 하우스에도 있을 건 다 있어야 한다.


본가에는 대형 건조기가 있지만 세컨 하우스에도 건조기가 필요했다. '건조기 이모' 없이 지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건조기를 들여놓았다.


그런데 건조기와 살림살이가 하나 더 늘었다.

 


그것은 바로 '김치 냉장고'다. 물론 본가에 대형 김치 냉장고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활동보조 샘들의 먹거리를 보관하는 저장고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김장 김치통이나 아들의 약 등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뚜껑형 김치 냉장고]

아쉬운 대로 2009년 산 구형 뚜껑형 김치 냉장고를 세컨 하우스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성능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야채나 김치를 넣어두기에 딱이었다.


얼마 전에 김치 냉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리콜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리가 사용하고 있던 것은 그 이후 제품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뚜껑형 김치 냉장고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신형 전자레인지가 있는데도 여전히 구형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있다. 자기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어떻게 버리겠는가? 그래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전자레인지는 '반려' 가전제품이다.


https://brunch.co.kr/@mrschas/54




딸 내외는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산다.


딸 내외는 매주 토요일 밤에 우리 집에 와서 잠을 잔다. 일요일에 우리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방 하나를 아예 그들 전용으로 제쳐두었다. 그 방에는 킹 침대를 세팅해 두었다.



그들 몰래
그 킹 침대를 주중에는 내가 사용한다.

 


안방에서 자다가 이불과 베개를 챙겨 그 침대에 가서 잠을 자고 나면 몸이 참 개운하다.

안방에는 <편백 · 황토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5성급 호텔을 뺨칠 정도로 근사하다. 이름하여 트윈 침대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남편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그 방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럴 때는 딸 내외가 사용하는 방으로 가서 잠을 자곤 했다.


안방에서는 잠을 잘 잤는데도 몸이 개운치 않았다. 잠자는 중에 남편의 코골이가 내 숙면을 방해했기 때문일 것 같았다. 그래서 요즘은 주중이면 노다지 딸 내외의 킹 침대를 도용하고 있다.  그 침대에서 360도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잘 수 있다. 게다가 자다가 화장실을 꼭 다녀오는 남편의 인기척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남편은 깡마른 체질이다.


뚱뚱한 사람이 코를 곤다고 했는데 남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코를 고는 남편은 인바디 체중계로부터 체지방이 적다고 경고를 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코를 곤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남편의 코 골이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르렁, 그르렁"

"컹, 컹, 컹"

"쿠와왕, 쿠와왕"

"캭, 캭"

"퍼어퍽, 퍼어퍽"


남편의 코 고는 소리는 다양했다.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로 여러 종류였다. 5가지 유형의 코골이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잠 한숨 못 자고 날을 꼬박 새울 것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주중에 사용하던 킹 침대로 갈 수 없었다.


딸 내외가 토요일에는 거기서 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뒷방으로 갔다. 그 방은 드레스 룸으로 사용되는데 김치 냉장고가 그 방에 있다.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는데 남편의 코골이를 방불케 하는 김치 냉장고 소리가 귀에 거슬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차라리 코 고는 소리가 더 낫네.'

 

남편의 코골이는 인간미라도 있지 않았던가? 거친 모터 소리는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누웠다. 다행히 리클라이너 소파라 꽤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 이것도 감사하다. 병원 보호자 침대에서 잘 때를 생각하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거실 베란다 쪽에서 들어오는 불빛이 거슬렸다. 그렇다고 블라인드를 내리기도 뭣했다. 식구들이 깰 것 같았다. 잠이 오지 않아서 거실 바닥으로 내려와 이불을 휘감았다. 별의별 생각을 하며 누워있는데 딸 내외는 번갈아 가며 화장실 문을 여닫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 집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일치감치 취침하기 때문에 안방에서는 전혀 몰랐던 그들만의 야밤 행적을 엿보게 된 밤이었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때때로 잔기침이 나려고 해도 참았다. 내가 거실에 자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들키면 곤란할 것 같았다.


나는 잠잘 때
이불을 잘 덮지 않는다.


그냥 이불을 둘둘 감아 끌어안고 자는 편이다. 그러나 옆방에 사위가 자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얌전히 이불을 덮어야 할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온몸에 이불을 둘둘 감았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튿날 아침에,


"내가 지난밤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사태를 짐작했는지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또 코 골았구먼" 남편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한 편, 딸도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밤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화장실에 가다가 기다란 물체가 있어서 시체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 며칠 전에 본 무서운 영화가 생각나서 머리가 쭈뼛 섰어요."


키 작은 내가 이불을 둘둘 말고 잤더니 그 실루엣이 기다란 물체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누군가 현관 도어락 마스트 비밀번호를 누르고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게 아닌가 하고 엄청 쫄았어요."

"그랬구나. 아빠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거실에서 잤던 거야."


이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잔 사연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했다.


"그 냉장고 바꿔야겠네. 구형이라 시끄러운 거야. 요즘 것은 그렇지 않아."

"그거 냉장 상태가 괜찮아요. 멀쩡한 걸 왜 바꿔요. 국가적으로 손해예요."

"오래된 김치 냉장고 바꾸는데 국가까지 들먹일 필요까지는? 어쨌든 좋은 구실 하나 생겼네. 때는 이때다 하고 당장 바꿔요."


토요일 밤에 남편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때 피할 피난처를 미리 예비하자는 뜻이었다.  신형 냉장고를 들여놓으면 냉장고 소리 때문에 거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남편의 의도였다.


그래서 손 때 묻은 뚜껑형 냉장고를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신형 김치 냉장고/ 투명 김치통]




새로 들인 냉장고에서는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10년 넘게 사용했던 냉장고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멀쩡한 냉장고를 버리기 아쉬웠다. 무엇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지독한 병이다.


김치 냉장고에 내장된 김치통이 투명하여 통 안의 내용물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좋았다.


[커버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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