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Mar 03. 2022

사람이 온다는 건(정현종 詩에서)

- 방문객, 앙리!

‘사람이 온다는 것은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시작하는 '방문객'이라는 시(詩)가 있다. 내가 이 시를 아끼고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다.      

방문객(정현종)


  영어식으로는 헨리, 프랑스식 발음으로는 앙리라는 아들의 친구가 있었다. 아들이 재수를 뉴질랜드에서 했는데 앙리는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하러 그곳으로 왔던 친구다.


  10년 전 추석에, 온 집안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지냈다. 그 후에 아들은 학교가 있는 포항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 가겠다고 했다. 예매해둔 승차권을 취소하고 앙리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그 추석날은, 아들이 사고를 당해서 정신을 잃기 전에, 아들과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다. 아들은 앙리와 만나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서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앙리는 아들과의 우정으로 인하여 한국에 있는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온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더 자주 만날 수 있어서 가슴이 부풀었을 것이다. 그해 추석 연휴 기간에 서울에서 즐겁게 낸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앙리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들의 SNS에서


  그가 포항까지 병문안을 왔다. 그 먼길을 달려왔으나 아들은 인공호흡기를 낀 채로 그를 영접해주지 못했다. 그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치고 달려왔을 것인데 아들은 그에게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았고 앙리는 눈물을 흘리며 되돌아갔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아들이 회복하면 꼭 다시 연락해주겠노라고.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들은 여전히 인지가 없는 상태로 중환자이다.  


  그즈음에 우연히 ‘방문객’이라는 시를 읽었다. 앙리가 아들을 보러 온 것은 그의 일생이 온 것이었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왔다는 시구가 있다.

뉴질랜드 한 목사님이 SNS에  올린 글

  앙리가 아들이 입원해있는 포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맘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프랑스에서 아들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왔는데 바로 그 친구가 절체절명의 사고를 당했으니 그의 맘은 무너질 대로 무너졌으리라.

 

  그 이후, 수많은 방문객을 맞이하면서 늘 이 시를 맘속으로 떠올렸다. 때로는 이 시를 코팅해서 맘을 대신하여 전해주기도 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한 일이다.


 성경에는,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병문안이든, 대소사에 참석하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들을 천사로 여겨야 하리라.


코로나 때문에, 한 2년간은 아들을 병문안하러 오겠다는 자들마저 사절하며 지내왔다. 코로나가 끝나면 첫 방문객으로 앙리를 부르고 싶다.

아들의 회복을 위해 뉴질랜드 AEC에서  프로듀싱한 노래


 


이전 08화 자전거에 얽힌 기억 몇 조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