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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Apr 28. 2022

단골 미용실은 정하셨나요?

-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도 척척 알아서 진행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기간 동안에 유난히 뜸하게 들리는 곳이 미용실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2~3개월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갔었다. 참 오랜만에 '그' 미용실에 들렀다. 

   코로나 시기에는 공공장소에 가는 발길을 끊었다. 나 때문에, 소속된 학교의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2주간씩이나 자가 격리를 하게 된다면 그 미안함이 오죽할까 싶어서 아예 원천 봉쇄하듯이 생활을 했었다. 그래서 새치 머리를 염색하러 미용실에 가는 일을 대신하여, 염색 도구를 사서 셀프 염색을 했었다. 몇 달 전엔가 들렀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백신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협심증이라는 병을 얻게 되었고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다고 했다. 별일 없기를 바라면서 내심 걱정이 됐다.


  '그' 미용실을 어렵사리 알게 되어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원장님의 건강이 나빠져서 혹시 미용실 문을 닫으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순간 스쳐 지나갔다. 한 블록에 하나 정도는 있는 게 미용실인데 그런 생각까지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 피부가 민감성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머리숱도 점점 줄어들었다. 두상도 예쁘지 않은 편이다. 이런 고객을 미용실에서는 꺼릴 것 같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려면 최소한 단정하고 예쁘게 가꾸어야 하니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게 된다.


   맘에 드는 미용실을 정하면 그곳에만 단골로 다닌다. 어떤 때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이용하던 미용실을 꾸역꾸역 찾아간다. 그것 또한 번거로운 일이었다. 내가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다니던 미용실에만 가려고 하는 이유는, 나의 머릿결과 헤어 스타일을 익히 아는 원장님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주문 사항 없이 의자에 앉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머리 손질은 어느덧 끝이 나있고 마지막에 가격이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카드 결제를 한다. 단골 미용실이 정해지면 개인 주치의를 모시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


  매우 오래전에, 남자 고등학교 앞에 위치했던 미용실은, 학생들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미용 봉사에 가깝게 이발을 해주는 곳이었다. 그런 맘이 좋아 보여서 애용했는데 파마를 하고 나면 머리 밑에 도돌도돌한 것이 생기고 가려웠다. 그것은 파마 약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사용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고객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니 내 피부가 민감한 것이 맞나 보다.


 맘에 드는 미용실을 잘 이용하고 있던 중에, 미용실이 폐업으로 문을 닫든지 원장이 바뀔 때가 꽤 많았다.


"사모님은 망하는 미용실만 찾아다니는가 봅니다."


 그런 나를 보고 비아냥거리듯이 지인이 말했었다. 그랬나 보다. 나는 망할 만한 곳을 찾아 다녔나 보다.  몇 년 전에도 다니던 미용실에 갔더니 어느 날 갑자기 원장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다른 미용실을 쭈뼛거리며 찾아갔다. 미용사가 친절하고 머리를 만지는 손끝도 야물어서 맘에 들었다. 그런데 파마를 하고 나면, 머리 밑이 가렵고 깨알만한 종기 같은 것이 잔뜩 생겼다. 그것도 모자라서 얼굴에까지 번졌다. 전후 사정을 미용사에게 말했더니,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요? 고객님만 그렇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되네요."


라고 답했다. 문제는 내게 있다는 것이다. 책임의 소지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나는 내게 맞는 미용실을 찾아서 안착하고 싶었다. 어떤 분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이 구역에 있는 모든 미용실을 다 다녀봤는데 'P 미용실'이 제일 좋은 약을 썼어요. 냄새도 안 나고 피부에 트러블도 안 생겨요."

 

 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이었다. 지인의 말대로 파마약 냄새가 나지 않았고 원장님도 실력이 있는 듯했다. 파마를 했는데 두피에 이상이 없었고 그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헐,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비싼 세팅 파마를 했는데 파마 컬이 하나도 없었다. 원장님도 당황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다시 오시면 무료로 해드릴 게요."


 좋은 약은 파마 컬이 잘 안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또 내 머리가 문제인가?


"고객님의 머리카락은 가늘고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숱도 너무 없구요."


  파마를 다시 하러 가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팅하며 손질하는 내내 원장님의 정성 어린 손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내 머릿결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꽝"을 뽑은 느낌으로 "다음 기회를"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했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몇 개월을 지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때라, 화장도 대충하고 머리도 덜 신경 쓰고 지냈다.

파마 컬이 나오지 않았을 때에, 원장님이 말했다.


 "근데, 제가 이 샴푸를 5년간 썼는데, 머리카락이 지금처럼 탄력이 있고 숱도 많아졌어요. 이걸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파마 컬도 잘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파마 약에다 천연 재료를 더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맨 손으로 파마를 말고 있잖아요. 그래도 아무 이상이 없어요. 저는 이것을 마법의 가루라고 해요 ㅎㅎㅎ"

  그러고 보니 그 원장님은 파마를 하면서도 라텍스 제품인  미용실 장갑을 끼지 않은 채로 시술을 하고 있었다. 추천하는 그 샴푸를 검색 해보니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 그 샴푸에 들어간 재료를 살펴보니 좋다는 것은 다 들어가 있었다. 좋은 것이 많이 들어가면 좋은 샴푸가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계면 활성제 등으로 일반 샴푸에 대해 꺼림칙한 마음을 품고 있던 터라 비싸긴 했지만 그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샴푸로 머리를 감아보니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왔다. 시간이 갈수록 머리카락에 탄력이 생기는 듯했다. 탈모가 심한 남편에게도 사용을 권했는데, 남편은 별다른 느낌을 모르겠다고 했다. 그 샴푸를 한 동안 사용한 후에 세팅 파마를 했더니 컬이 잘 나왔다. 머리숱도 이제는 볼 만할 정도다. 내 몸에 맞는 주치의를 찾은 느낌이다. 지금은 그 샴푸를 꾸준히 사용하면서 그 미용실을 단골로 정했다.



 어제도 그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다. 두피에도 이상이 없고 파마 컬도 예쁘게 잘 나왔다. 주위 분들도 내가 미용실에 다녀온 것을 눈치챘다. 여러모로 내게는 잘 맞는 미용실을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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