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면 활보쌤이 다시 자전거 페달에 아들의 발을 찍찍이로 고정시키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어떤 때는 별 일 없이 전동 자전거를 타지만 때로는 몇 번 찍찍이를 떼어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럴 동안에 그는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하루의 일상을 시작한다.
아들은 전동 자전거를 탈 때야 비로소 침대를 벗어난다.
그 짬을 이용하여 침대 매트리스 커버를 교체하고 침상 정리를 한다.
침대 패드는 건조기의 '이불 털기' 코스로 돌린다.
재활 운동이 끝나면 다시 리프트 기를 이용하여 아들을 침상에 올려놓는다.
12년 간 재활 운동으로 다져진 아들은 근육이 거의 소실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이탈이 양호하며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물론 욕창도 없다.
중증 환자이지만 긴박한 상황이 없었다.
목관 튜브가 삽입되어 있지만 가래가 없어 석션기는 양치용으로 사용한다.
얼굴 빛깔이 좋아서 '환자계의 아이돌'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아들은 여전히 인지가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변화가 없는 일을 반복하여 계속하는 일은 고역이다.
아들에게 매일 가는 그를 바라 보노라면 시지프스 신화가 연상된다.
시지프스는 무거운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다. 바위를 정상까지 올리면 다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는 또다시 그 바위를 위로 밀어 올린다. 이 행위를 무한 반복한다. 이 형벌은 '의미 없는 일을 끝없이 무한 반복'하는 일의 고통을 잘 대변해 준다.
아들이 차도가 있다면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울 텐데... 아니, 신이 날 텐데...
플래토 현상*같은 절망을 향해 걸어가야하는 그의 발걸음이라니.
사고 이전, 건장했던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과거는 일단 묻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