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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Mar 27. 2022

K-기합넣고 4마일 개인 신기록!

뉴욕마라톤으로 가는길 <두번째 대회> 알 고든 4마일

뉴욕시티 마라톤 (NYCM) 참가권을 얻기 위해 9번의 경기참가와 1번의 자원봉사를 수행하는 9+1 챌린지. 2022년 두번째 경기로 참여한 Al Gordon 4M 대회 경기 리뷰입니다.


대회요약

개최일: 2022년 2월 26일, 오전 8시

개최장소: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

특이사항 : 대회날 추웠음 (또!!!)  경기 시작시각에 영하 6도



* 저는 연령그룹 35-39 / 여자입니다




9+1 챌린지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이내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더운 7,8월을 제외하고 한달에 한번은 경기에 참여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월에는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Joe Kleinerman 10km 대회에 참여했고, 2월에는 집에서 가까운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열리는 대회가 있어 참가신청을 해 두었다. 


뉴욕시티 마라톤을 주최하는 NYRR의 창립자였던 조 클레이너먼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사람 이름으로 된 대회였는데, 알 고든은 NYRR의 이사회 멤버임과 동시에 러너로써 오랜기간 활약한 사람의 이름이다. 거리는 애매하게 6.4km인데 미국이 마일 단위를 쓰기 때문에 5K보다는 4M 대회를 조금 더 친숙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맨하탄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브루클린에는 프로스펙트 파크가 있다. 남북으로 길쭉하고 반듯하게 조성된 센트럴파크와 달리 프로스펙트 파크는 넙적한 모양이고, 한바퀴를 완주하면 약 5km정도 (참고로 센트럴파크는 한바퀴 돌면 10km).


공원 중간을 가로지르는 도로 (정식 도로명 : 센터드라이브)에서 출발해 공원을 한바퀴 돈 다음 다시 출발한 지점으로 역주행해 들어와 피니쉬하는 코스로 구성되어 4마일(6.4km)이다. 센터드라이브에서 빠져나와 외곽 루프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짧은 언덕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센트럴파크와 달리 프로스펙트 파크는 공원 자체가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구조로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크고 강력한 언덕을 한번만 오르면 나머지는 계속 내리막 또는 평지다.



지난번 1월 대회때 너무너무 추웠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웬걸 이번에도 대회날이 다가오자 급격히 날씨가 추워졌다. 공원에 들어가는데 길가에 얼음이 꽝꽝 얼어있다. 기온도 지난번 대회때 영하 8도, 이번 대회에 영하6도로 큰 차이도 없다. 그래도 집앞 공원에서 대회를 한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가방을 맡길 필요도 없고, 지하철을 탈 필요도 없으니 대회 시작시간에 딱 맞춰 어슬렁 어슬렁 나가면 된다. 경기 거리도 짧으니 출발지점까지 뛰어가도 체력 소모 걱정이 없다. 게다가 내가 일주일에 세번씩 달리는 공원이다보니 출발 지점까지의 소요시간도 초 단위로 정확하게 예측 가능. 이래서 홈그라운드 홈그라운드 하는가보다.


기온이 영하일때는 언더아머의 컴프레션 모크 티셔츠에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하의도 언더아머의 콜드기어를 입는것이 내 기준이지만 이번에는 홈그라운드이기도 했고 우리 런클럽이 바로 이 공원의 이름을 딴 클럽이기도 해서 윈드브레이커 대신 런클럽 유니폼(반팔 드라이핏)을 입었다. 막상 나가보니 조금 추웠지만 웜업 삼아 살살 뛰어 출발점으로 향하고 있노라니 컴프레션은 커녕 반팔티도 아닌 민소매(!!) 유니폼을 입은 멤버들이 바글바글 했다. 역시 홈그라운드다보니 같은 클럽 멤버들이 정말 많이 참여했다. 


사실 이 대회는 기권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코로나를 앓고 나서 숨이 차는 증상이 생겼는데 1월 조 클레이너먼 대회는 연초의 패기로 그냥 달렸지만 그 후로도 전혀 회복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되던 차였다. 거기에 더해 대회 직전 약 3주정도를 한국에 다녀오면서 그동안 일주일에 3번 이상씩 꾸준히 해오던 달리기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대회날이 다가왔다. 좋은 기록은 커녕 제대로 완주는 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태였다. 나는 원래부터 기록이 출중한 편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기록보다는 "완주"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걷지않고 다 뛰었는가 아닌가에 의미를 두고 달리는 편인데 도저히 이번엔 자신이 없었다.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은 구조로 딱 한번, 크고 강력한 언덕이 나오는 프로스펙트 파크. 코로나를 앓은 후로 저 언덕을 달려서 넘은적이 한번도 없었다. 


날도 춥고 그냥 불참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일단 동네 공원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돈을 냈기 때문에 (ㅡㅡ;;) 달려야한다. 9+1은 기록이나 거리는 중요하지 않고 참가이력만 보기 때문에 걸어서라도 완주만 하면 1번의 참여로 인정되니까. 환불받을수 없다면 어떻게든 완주해야한다. K-아줌마 정신으로 일단 공원을 향해 출발.



4마일 대회 첫 참가이기 때문에 기존 기록을 기준으로 배정되는 출발그룹이 끝에서 두번째인 J로 배정되었다.


출발그룹에 서서 앞조부터 차례로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이 대회 개최날 기준으로 NYRR은 백신접종 완료자(2회 접종 후 2주 이상 경과자, 미국은 부스터샷은 의무가 아님)만 경기에 참여 할 수 있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 대회를 가면 미국 국가를 무반주 라이브로 누군가가 부른다. 국가를 듣고, 엘리트 선수인 AA그룹부터 차례대로 출발한다. 나는 4M 대회에 참가한적이 없기 때문에 기존 기록이 없어서 끝에서 두번째인 J그룹으로 배정되었다. 첫조가 출발하고 10분정도 지나 출발한것 같다. 프로스펙트 파크는 규모에서부터 센트럴파크보다 확연히 작고 도로폭도 좁은데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대회라서 그런지 참가자가 많았다. 이날 참가자가 4800명 정도였는데 길이 좁다고 느껴질만큼 붐볐다. 지난달 센트럴파크에서 참가한 대회도 비슷한 인원수가 달렸는데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있었어도 붐빈다고까지는 생각이 안 들었었는데 이번엔 정말 비좁고 붐볐다. 그도 그럴것이 안그래도 길이 좁은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도로 전체를 달리기 대회용으로 쓴것이 아니라 오른쪽 절반인 자동차와 자전거 도로로는 넘어가면 안되도록 되어있어서 정말 비좁았다. 앞지르기라도 하려면 진행요원에게 혼날(?) 위험을 무릅쓰고 잠시 자전거도로로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비 사이로 막 가듯 사람 사이를 비집고 지그재그로 뛰어야했다. 


그래서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좁은길에서 앞지르기를 할때는 고함을 치거나 괴성을 지르는것이 의외로 매너라는 점이다. 예전에 뉴욕에 처음 왔을때 센트럴파크를 거니는 로망에 젖어 어슬렁거릴때 간혹 러너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치면서 지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무슨소린지도 모르겠고 왜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는건가 싶어 나름 상처를 받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on your left"라고 소리친거였고,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면 내가 가던 길을 똑바로 가주는것 또한 매너였던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확실히 자동차 문화에서 커서 그런지 우측통행, 그리고 앞지르기를 할때는 자동차처럼 꼭 왼쪽으로 돌아 앞지르는 경향이 있다. 마주보고 오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줄때도 자동차처럼 오른쪽으로 붙여서 비켜준다. 그런데 뭐 아침에 혼자 느긋하게 달리는 조깅도 아니고 대회 뽕을 맞아 평소의 120%정도의 힘을 써서 달리고 있는 와중에 "on your left"라고 또박또박 말하는것도 쉽지않고 다들 힘드니 적당히 우와아아앜 하는 식으로 고함을 치면 '앞지르는구나' 한다. 


특히나 피니쉬라인 직전에는 여기저기서 괴성이 난무했다. 피니쉬라인 앞 100미터 정도는 양옆으로 펜스를 쳐서 대회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과 달려 들어가는 사람의 동선을 분리했는데 이게 너무 좁은것이다. 게다가 눈앞에 피니쉬라인이 보이면 걷던 사람도 뛴다고 하는데, 이미 뛰던 사람들이 갑자기 기운이 뻗치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도로폭은 좁고 양옆은 펜스다? 지금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내 기록의 앞자리가 바뀔수도 있다? 내가 뛰어들어가는데 같은 클럽 멤버나 친구 가족이 응원을 한다? 대회 바이브가 최고점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대회뽕을 맞는 순간이다. 너도나도 우와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스퍼트를 끌어올린다. 사실 나같은 런린이는 달리기만 하는것도 힘들어서 소리지르기는 커녕 대화도 못하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좀 부끄럽기도 해서 소리를 지르기가 좀 망설여졌는데, 남들도 다 하고, 4마일을 뛴 후 아드레날린 과소비도 좀 했고 해서 과감히 나도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눈앞에서 20명 정도를 제치면서 내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기록으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연령그룹, 성별그룹, 전체에서 늘 50%만 하던 내가 무려 54%까지 선방한 대회.

늘 뛰던 공원이라 지리나 지형조건을 잘 알고있어서 더 유리했던것 같다. 내가 늘 힘들어했던 언덕길도 한참 뛰다 중간에 넘는것이 아니라 출발하자마자 오르막부터 달리도록 설계된 코스라서 초반 체력소모 없이 오르막부터 해치운 후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기록이 괜찮게 나온데에는 마지막에 제친 20명이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서...


그때 피니쉬라인 앞에서 외친 괴성은?


으아~~~   C!! 8!!!


출발그룹 C조의 8번이었다는 뜻.... 이라고 하고싶다 정말


그런데 이토록 입에 착 붙고

이토록 발성과 호흡에 딱 좋은 구령이 없었다 정말 ;




원래 그런사람 아닙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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