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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Nov 22. 2023

푸른 하늘 은하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어른이나 아이 누구나 즐겨 부르던 동요다. 푸른 하늘에 은하수가 보일리 없지만  달 속에 있는 계수나무와 토끼 한 마리가 하늘 색깔쯤 상관없만든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 게 언제였을까, 지난 여행 중에 노르망디 해변의 밤하늘에서 본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은하수예요"

"네??"


순한 눈으로 바라보는 누런 강아지는 시골집 마당에서나 키울듯한 정감 어린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바둑이나 누렁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 같은 시고르자브종인 강아지에게 은하수라는 이름은 조금 생소하였다. 더구나 강아지의 이름은  고 굵게 두 마디나 한 마디로 지어 주는 게 보통인 줄 아는데 조금은 긴 이름이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기로 했


"하수야"


성하나 뗏을 뿐인데 갑자기 신분이 하락하였다. 이름이야 어찌 부르던 은하수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부르면 꼬리를 살랑대며 달려온다. 그의 목에는 '은하수'라는 예쁜 닉네임이 엄연히 달랑거리고 있다.


벌써 2년 전, 거의 스무 해를 함께 살았던 두 마리  애완견과 차례차례 별을 하였다. 그들을  떠나보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별의 슬픔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만남이라고 하였지만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두고 떠나기보다 이젠 젊지도 않은 내가 어쩌면 그들을 두고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강아지에게로 향하고 있다. 솜털 같은 그를 안았을 때의 푸근함과 따뜻함, 팔딱팔딱 뛰던 심장의 펌프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럴 때면 동물 유튜브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우리 아래층사는 세입자가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이사를 가겠다고 한다. 문득 새로운 입주자는 강아지를 키우는 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직접 기르지 않고도 예쁜 아이를 가까이서 수시로 볼 수 있다는 게 내 본심이었다. 


대부분 집주인들은 동물을 기르는 세입자를 꺼려한다. 그래서인지 공고를 낸 뒤 몇 시간 만에 연락이 왔다.


대학원생인 여학생이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고 있다고 한다. 예쁘장한 외모의 견주를 보면서 어쩌면 그가 기르는 강아지도 주인을 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입주자의 면면보다 그가 기르는 강아지가 궁금했다.


"강아지를 한번 만나 볼 수 있나요?"


우리의 첫 만남, 낙엽색깔의 털을 가진 강아지가 처음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든다. 솔직히 강아지가 주인의 외모와는 전혀 다른 걸 보고 놀랐고 그다음엔 그의 이름을 듣고 더 놀랐다.


아래층 사는 은하수는 어찌나 순한지 주인이 학교에 간 뒤에도 전혀 불안한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그런 줄 알았는데 주인이 학교에 가고 없는 동안 은하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하... 참 복 많은 강아지였구나.


은하수는 입양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아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보호센터로 왔지만 정해진 기간 동안 입양이 되지 않자 결국 안락사 대상자가 되었을 때 지금의 주인과 만났다고 한다. 아이를 처음 만난 날, 순한 눈빛이 제발...이라고 말하는 것 같더란다.


은하수의 나이는 지금 두 살,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귀여운 시기의 아이다. 처음 생각대로 매일 내려가서 자주 쓰다듬어 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내 집 안에 있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또 다른 생명에게 사랑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게 좋다.


일요일에 아래층에 사는 하수를 만났다. 반갑다고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댄다. 그놈 참,  


하수는 눈이  매력적이다. 속눈썹  아래 착하고 선한 눈빛이 보인다. 그의  맑은 눈을 보면 계수나무도 토끼도 보이고 심지어 노르망디에서 본 은하수도 보인다. 갈색의 뻣뻣한 모발 따위는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생각하여 가장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본떠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


'푸른 하늘 은하수'


너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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