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유난인가. 싶은 순간

by 오롯하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너무 유난이구나'싶었다. 모두가 겪는 일들에 나만 너무 크게 반응했던 건 아닌지,

모두가 하는 다툼에 나만 너무 신경을 곤두세웠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들.


본래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나는 너무나 나만 이 우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만한 일들에 과한 반응을 했던 건 아닌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꽤나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빠와 의견 충돌로 다툰 후 누군가에게라도 이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받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러면 늘 내 곁에 있어준 친구에게 연락을 해 고자질을 하듯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격분해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밀려오는 건 '별 것 아니었나'싶은 마음이었다. 우리 가족만 혹은 나의 친구나 나의 연인만, 내가 다니고 있던 학교나 회사만 유별나게 이상하게도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은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 모두 별 것 아니게 되어버린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만 닥쳐온 것 같은 수많은 일들이 결국은 모두가 겪는 그저 별 것 없는 일어 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회사에서의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만 부당하게 느껴졌던 일들은 사실 크게 반응할만한 일이 아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실컷 일에 대해 불평불만을 쏟아 내고 나면 그저 조금만 내가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해결이 되었던 우스운 경우도 있었고, 내가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털어놨던 걱정과 불만들은 의외로 내가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일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감정의 기복이 심한 탓인지. 원인은 알 수 없으나 그저 나는 닥친 일들에 너무 과한 반응을 했던 건 아닌지 싶다. 물론 그게 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흔들려 떨어지는 나뭇잎도, 아스팔트 사이에 살짝 튀어나와있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도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싶은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순간들은 모두에게 생겨난다. 다가온 상황들에 급하게 반응하는 나에게 스스로 '유난은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조금은 느긋해지면 어떨까 싶다. 나뭇잎이 떨어져 머리칼을 치는 순간이 아니라,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소낙비를 맞아 옷이 젖어버리는 순간이 아니라, 소낙비를 피해 들어간 어느 건물에서 옷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 순간까지. 조금만 기다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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