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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Jan 26. 2022

[시 감상] 엘리베이터

시가 주는 영감을 풀어냅니다.


  엘리베이터

                            (이창훈)


  문이 열리면

  습관적으로 누르는 버튼


  가고 싶은 인생의 어느 층이든

  한 번 두 번의 터치면 끝이다


  땀 한 방울 없이

  가뿐 숨소리 한 번 내뱉지 않고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입을 쩍쩍 벌려도

  올라가는


   이건 길이 아니다


   한 발 한 발 내디지 않으면

   결코 닿을 수 없는

   삶은 계단

 

   아만 가는 신발 끈을 질끈 매고

   아픈 다리로 지금 바로 걸어야 한다


<이창훈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중>




편한 것을 누리는 세상입니다. 일어나 엘리베이터, 자동차, 사무실 엘리베이터... 하루에 이천보를 걷지 않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은 늘고 움직이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그로 인해 생활습관병은 늘어갑니다. 생각하는 시간은 줄고, 검색하는 시간은 늘었습니다. 익숙한 것이 좋습니다. 귀찮은 것은 싫습니다. '나'늘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불편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계단을 이용합니다. 부지런히 걷습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합니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몸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편한 것만 추구하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물질문명을 상징하지만 본질적인 것과는 멀어졌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불편함이 있어야 내 것이 된다고 합니다. 힘들게 올라간 정상과 케이블카 타고 바라본 정상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발품, 손품이 들어간 것이 귀한 법입니다. 시인은 삶은 계단이니 뚜벅뚜벅 걸으라 합니다. 비록 다리는 아플지라도 다른 몸, 다른 생각을 갖게 될 테니 걸으라 합니다.


#이창훈시집#너없는봄날#시감상#감동시


https://brunch.co.kr/@mssjone/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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