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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의 원인을 찾아서

조울증 투병기 #1

by 무아 Dec 22. 2024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조울증 관련 서적 중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 바로 조울증은 마음이 아닌 몸의 병이라는 사실입니다. 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이상이 생겨 약물로 이를 정상 범주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병입니다.


조울증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답답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유전적 결함과 환경적 스트레스가 합쳐져 조울증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는 조울증 가족력이 없습니다. 주치의와 대화를 통해 추측해 본 바, 조울증의 씨앗을 갖고 태어났고 외부 스트레스 요인이 트리거(trigger)가 돼서 발병이 됐다고 보고 있어요. 역시나 그랬을 수 있다는 가능성 중 하나인 것일 뿐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조울증에 대해 고백할 때, 가장 난감한 질문이 ‘네가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거든요. 그냥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우울을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직후 조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제가 조울증 환자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조울증은 주로 만성입니다. 몇 년 동안 약을 먹고 관해(약물 치료가 필요 없어지는 상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처럼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합니다. 자연치유란 조울증에는 해당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조울증 환자들이 병을 받아들이기가 특히나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치료의 시작인 병식(병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갖기까지 환자 본인과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러나 병에 대해 환자 본인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그저 우리에게 일어난 운 나쁜 일이라는 걸요. 병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적어도 조울증에 지지 않을 순 있습니다. 전혀 무리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어요. 우리는 원인 모를 이 고약한 병과 친해져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조울증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분이 계시다면.. 우리 부디 씩씩해집시다. 씩씩하게 조울증이라는 언덕을 넘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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