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얻는 것은 있다.
회사를 다니며 했던 정말 큰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상당한 금액의 소송이었는데 이대로 간다면 회사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했습니다.
또한 선임된 변호사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2~3년 차밖에 안 된 저는 승소, 패소 여부를 떠나서 소가액 전체를 낮춰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논리도 만들어보고, 다른 회사들의 판례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초반에는 이 일로 인해 12시를 넘겨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왠지 그때는 재미를 느끼며 일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어쨌든 시간이 흘러 1심의 판결이 나왔고 결과는 누구나 예측했듯이 패소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패소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소가액의 50% 이상을 깎은 상태에서의 패소였습니다. 저만의 노력은 아니겠지만 판결이 나온 후 저는 회사의 비용을 몇백억 아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패소를 예측하고 있었지만 기존에 예상하던 금액의 절반이니 회사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는 결과였습니다.
또한 결과가 나오자마자 원고들과 합의절차에 들어갔습니다.
2심, 3심까지 간다면 최소 몇 년 이상 더 소요되고, 추후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판결금액을 좀 할인해 준다면 더 이상 소송 진행하지 않고 당장 돈을 지급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몇 달의 협상 기간을 거쳐 결국 합의를 하였고, 최종 결과적으로 회사는 상당한 금액의 돈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송이 약 4년 정도 걸렸으며 주 담당자로써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그래도 엄청 큰 비용을 절감해 줬으니 뭐라고... 있지 않을까?'
였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팀 회식비가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큰 것은 아니어도 뭔가 특별 성과급?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한 게 사실이었는데 개인도 아니고 팀에 회식비 조금 쥐어준 게 몇 백억을 아껴준 결과라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 직장 생활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것이 다른 사람 좋은 일 시켜주는 거구나.'
이때부터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원래 직장 생활이 다 그렇지만 막상 직접 느끼고 나니 더 실망도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얻은 것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 '내'일을 찾자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엔 회사를 나가면 나 혼자이기 때문에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나만의 현금흐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깨달음을 얻은 것은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부단히 회사밖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회사 내에서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은 것과 그 해의 평가가 좋았던 것은 '덤'이죠 ^^
노력과 성과가 곧 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