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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Dec 31. 2022

동료를 찾다 1

병맛력자 2


 내 능력이 발현이 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첫 기쁨과는 다르게 이제는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나도 성가시게 되어버린 이 능력에 고민하다가, 문득 SNS에 글을 한 번 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어릴 때 본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의 책에서와 같이, 누군가에게 새로 생긴 능력을 알리고는 싶고,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몰랐으면 좋겠고.. 하는 복잡한 생각에 나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믿거나 말거나 하는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SNS에 계정을 만들고, 그렇게 내 능력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SNS 제목은 ‘병맛력자’이다.

 

 어떻게 이 능력이 처음 발현이 되었으며, 갖게 된 능력은 무엇이며, 지난 한 달 동안 이 능력을 갖게 되면서 시험해 보았던 행동들과 느꼈던 내 솔직한 감정들. 이런 내용들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능력에 대해 놀라워하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고, 그래서 매스컴을 타게 된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처음에는 했던 것 같으나, 이런 나의 생각은 단지 기우였을 뿐이다.

내 SNS를 들어오는 사람은 하루에 1-2명 정도?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무엇인가 잘못 타고 온 듯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SNS를 하고, 한 달간 약 20여 개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모두 내 능력에 대한 것들이기는 하나, 하루하루 지나가도 그 누구도 반응이 없다는 것에 나 역시 글쓰기를 그만둔다.


하루에 1-2명 정도만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니, 글쓰기도 점차 재미가 없어지고, 무엇보다 글을 쓰다 보니 점점 항문에 신경을 쓰는 것도 뜸해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뜬금없는 돌발행동으로 난처하지 않을 만큼 컨트롤이 가능한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SNS를 하는 한 달 동안 2건의 댓글이 있었다.

하나는 ‘이거 모예요? 소설이에요?’라는 댓글이고, 또 하나는 ‘흠.. SNS 제목처럼 정말 병맛 같은 글이군요.’라는 댓글이었다.

 


 그래. 차라리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게 좋아.

 병신 같은 능력에 대해 글로 떠들었으니 내 기분도 좀 풀리고, 그렇다고 남들이 믿지를 않으니 나도 편하고, 여러 가지로 윈윈한거야.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띠링

 

며칠 뒤, 갑작스러운 알림음에 핸드폰을 쳐다본다.

내 SNS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는 알람 표시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켜고, SNS로 들어가 댓글을 확인한다.

아이디는 ‘코발트?’ 비밀 댓글로 온 글이다.

 

‘이럴 수가. 저와 같은 능력을 가지신 분이 또 있다니. 능력은 다르지만, 저도 비슷한 능력이 있어요. 그래도 저보다는 발현하는 방법이 나으신 듯!’

 

뭐지?

미친놈인가?

 

댓글에 답변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다.

장단에 맞춰주자니(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왠지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답변을 주지 않자니, 0.00001%의 가능성이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든다.

 

‘하하. 저랑 비슷한 능력이 있으세요? 저도 처음에는 무척 놀랐는데, 제가 이런 능력이 있다면, 세상에 또 이런 유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겠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코발트님은 어떤 능력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저보고 발현하는 방법이 본인보다 낫다니.. 도대체 어떠시길래?’

 

답변을 쓰고, 보내기를 누를까 하다가, 그만둔다.

내가 모 하는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가 많은 생각 후에 메시지 보내기를 누른다.


 

띠링


답변을 보낸 지, 채 1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다시 글이 달렸다.

 

‘제 아이디가 코발트가 아니고 코발튀에요. 음.. 전 코를 엄지발가락에 가져다 대면, 대략 5m 정도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디를 코발튀로 했지요. 능력이.. 참 우습죠?’

 

 

‘아.. 진짜.. 미친놈에게 낚였네!’

 

후회막급이다.

사람이 케겔운동을 한다고 항문에 힘을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는 방법이 코를 엄지발가락에 갖다 대는 거라고? 누가 코를 엄지발가락에 가져가 볼 생각을 하는가?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코를 엄지발가락에 대고는 하늘 위로 공중부양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 글에 대꾸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해 보곤, 저 놈은 그냥 미친놈이다..라는 생각이 되어 댓글을 무시하기로 한다.

 

 


 

 

 처음엔 멋진,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능력이 발현된 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SNS를 통해 내 능력을 공개했지만 (물론 독자들 대부분은 그냥 소설을 쓰는 거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던가..), 내 SNS에 들어오는 독자는 거의 있지도 않았고, 중간에 웬 미친놈이 이상한 댓글을 쓴 것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하루 1명 정도가 들어올까 말까 한 SNS가 되었다.

 

 나 역시 내 능력이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능력도 아니고, 괜히 일상생활하는데 지장만을 초래하고, 무엇보다 대중들의 관심 밖이라는 것을 SNS를 통해 알고 나니, 이 능력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이제는 어디에서건 시도조차 해보려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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