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 투자 6 - 건물 매매 현장 실습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꼬마빌딩을 매도하셨다.


나이가 많으셔서

더 이상 관리를 하시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자식에게 본인 자산에 대한 이야기를

정확히 하신 적도 없고,

아버지와 오랜 기간 대화를 잘하지 않았기에

나 역시 여쭤 본 적도 없다.


어느 날 건물 매도에 문제가 있다고

와서 도와 달라고 하신다.


휴직 기간 특별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계약자와 만난다.



‘문제가 있다’라..


그 자리에 10여 분만 앉아 있다 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알 게 되었다.



건물 매수/매도를 하는 자리인데,

아버지는 본인의 주특기인

“내가 누구를 아는데…” 레퍼토리만 읊고 계시고,

보청기를 끼심에도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시니,

본인 말씀만 계속하시다가

다들 도둑놈이라고 역정만 내고 계신다.


아흔 살 할아버지의

일제 강점기, 6.25 시대 이야기를

자식도 아닌 남들이 들어줄 리도 만무하고

(자식도 안 듣는데),


특히나 돈이 오가는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우기기만 하는 상황에

상대방들은 이미 지쳐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은 아버지와는 이야기를 못 하겠다며

아드님 하고만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나이가 50이 다 된 아들인데,

우리 ‘’가 뭘 아냐며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준다.




2-3번 더 계약 관련 미팅을 했는데,

중간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하고,

(이건 매수자와 엘리베이터 보수업체와의

기싸움으로, 지나고 보면 별 일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노기를 풀어드리고,

아버지와 매수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나름 잘 수행하며,

순조롭게(?) 계약을 마칠 수가 있었다.

때마침 부동산 관련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던 터라

이 지식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들이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고 흥분이 되었다.


금융사에서 기획일을 하며

매번 무형의 것만을 이야기하다가,

유형의 것을 파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뭔가 짜릿! 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이제 건물 매수/매도 시에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이슈들이 생기게 될지,

세금은 어떻게 계산이 되는지 등을 알게 되어

자신감이 생겼다.



자..


이제 건물 매매 ‘방법’은 알았으니,

건물을 사기만 하면 된다.



젠장.


이번 생에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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