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가족 28 - 청소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집에서 절대 하지 않는

하나가 있는데,,

바로 ‘청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와이프의 결벽증이

내가 청소하는 것을 못 참아하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손도 너무 자주 씻는다.

그렇다고 내가 자주 안 씻는 건 절대 아니다.

다른 아저씨들보다 깔끔을 떤다는

이야기를 들음에도

와이프에게는 항상 혼이 난다.


난 이발도 2주에 한 번씩 하러 간다.

조금이라도 지저분하면

못 참아서 자르는 성격인데,

그럼에도 와이프는

깔끔에 있어서는 넘사벽이다.




신혼 초,

집안 살림을 함께 해야지 하며,

한 때 청소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와이프는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이미 내가 청소한 방이며, 화장실이며..

내가 청소한 곳을 뒤따라가며

다시 가서 청소를 한다.


그리고는


“오빠. 이렇게 대충 하면 어떡해?

어쩌구.. 저쩌구…”


한참 연설을 한다.



처음엔 웃으며


“아하.. 그랬나? 오키. 담부턴 주의할게~”


라고 말했는데,



몇 개월째,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듣고 나니

점점 청소하기가 싫어졌다.


아니, 내 딴에는 와이프의 잔소리를

신경 쓰면서 열심히 했는데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니,

청소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청소에 대한 자신감이라니…


이게 무슨 자신감씩이나 필요한 일인가?

하겠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여하튼, 신혼 초 어느 순간부터인가

청소에서는 손을 뗐다.




육아휴직기간,

모든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집안 일도 다 재미가 있다.

요리, 설거지, 분리수거,

아이들과 놀아주기 & 공부시키기 등등..



어느 날인가,

이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

아이들이 학교를 간 오전 시간.

청소기를 돌린다.


‘이야~ 청소까지 재미가 있네~’


신나 하며, 집 안 구석구석을 닦는다.



와이프가 다가온다.

그러고는


“아니.. 청소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

어쩌구.. 저쩌구..”



울컥한다.



쉬는 기간,

모든 에너지가 만땅으로 채워졌음에도

청소 앞에서는 그 에너지가 사라진다.


이후,

청소는 다시 와이프의 차지이다.



육아휴직이 다 끝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P.S. 근데 신혼 초와 육아 휴직 때,

와이프가 청소에 대해 하는 말이 달리 들린다.


신혼 초에는 자신감의 상실이었다면,

육아 휴직 때 한, 같은 말에는

‘아싸!’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른 듯하다.



keyword
이전 21화071 동료/친구 11 - 사는 게 쉽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