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편소설

습관

혼자 멍하니 있는 저녁이면

by 엽서시

현오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사람들에게 있어 손가락을 물어뜯는 건 사소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오가 손가락을 물어뜯는 버릇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손가락을 피나게 뜯는 것도 사람들이 흔히 갖는 괴벽 중 하나다. 손톱을 뜯어 손톱이 갈라지거나 손톱 옆의 살점을 물어뜯는 것 역시 흔한 습관이다. 그렇지만 뼈가 드러날 때까지 살점을 물어뜯는 것은 흔하지 않은 괴벽이다.

그 살점을 삼키는 습관 역시 흔하지 않다.

만일 그런 습관이 있다면 현오의 손가락은 너덜너덜해야 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오의 손가락은 멀쩡했다. 맨들맨들하고 윤기가 흘렀다. 현오의 손톱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현오의 손톱은 문드러진 것처럼 작고 보잘 것 없었다. 마치 난쟁이의 손가락마냥 손가락 끝은 둥글고 반질반질했다. 그 이유는 어릴 적 현오의 괴벽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현오는 손톱에 피가 날 때까지 물어뜯는 것이 습관이었다. 현오가 왜 손가락을 물어뜯는지는 알 수 없었다. 프로이트의 말대로 어렸을 적 현오가 무언가 욕구 결핍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 어쨋거나 현오는 손가락을 뜯는 것이 좋았다. 손가락은 반항하지 않았다. 소리 지르지도 않았고 현오를 피하지도 않았다. 현오가 물어뜯는 대로 손가락은 현오를 받아들였다. 어쩌면 현오가 처음으로 본 자신보다 무기력한 존재가 바로 현오 자신의 손가락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현오는 남들보다 고통에 둔감한 편이었다. 그래소 현오는 피가 날 때까지 손가락을 물어 뜯을 수 있었다.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잘 참아내는 것 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현오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은 문드러져 있다. 현오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엄마랑 같이 자던 어느 사내가 망치로 현오의 발가락을 내리쳤다. 단지 현오가 문가에서 비키지 않고 서 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현오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절뚝거리며 약국으로 가 제 손으로 지혈제를 사다 발가락에 뿌렸다. 현오가 약국 문턱 앞에다 신발에 찰랑찰랑하게 차 있던 피를 내던지는 것을 보고 약사는 헛구역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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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알코올 중독이나 다름없던 현오의 어머니는 현오의 그런 점을 못 견뎌 했다. 현오가 이렇게 된 것은 전부 어머니 탓인 것만 같았다.

수많은 남성들이 현오 어머니를 거쳤다. 그건 그런 어머니를 가졌던 현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오의 발가락을 후려친 그 사내도 그런 남자 중 하나였다. 숱한 남자들이 있었다. 현오가 기절할 때까지 현오를 두들겨 팬, 손바닥이 아닌 손등에 굳은살이 박힌 남자도 있었고, 기름진 손으로 현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남자도 있었다. 오른손에 손가락이 세 개뿐인 남자도 있었다. 그리고 현오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도저히 뜯을 손톱이 없어지고 나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아프지도 않은지 아니면 아픈 것을 참는 것인지 피가 흘러도 현오는 계속 손가락을 뜯었다.

그리고 현오의 손가락을 보면 현오의 어머니는 항상 눈물을 흘렸다. 반창고를 붙여주기도 했고 새빨갛게 요오드팅크를 발라주기도 했다. 어쨌거나 다 예전 일이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죽었다. 병실에서. 새하얗게. 핏기가 마른 시체처럼. 산소호흡기에 뿌연 습기를 묻혀가면서 며칠이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날숨을 내뱉던 현오의 어머니는 끝내 죽어버렸다. 마치 마른오징어처럼 쭈그러든 어머니는 눈망울에만 그 습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촉촉한, 때로는 축축한 눈길로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현오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병실을 나오면 현오는 손가락에 들러붙은 밴드를 잡아당기듯이 뜯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뜯었다. 장례식도 치르지 않은 어머니가 화장터에서 하얗게 가루가 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오는 사발에 담긴 어머니를 강에 내던지듯 뿌렸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현오의 손가락은 점점 아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쭈그러든 손톱은 아직도 제대로 나지 않아 손톱의 시늉만한 채로 손가락에 들러붙어있었다. 아무튼,

현오의 손가락은 말짱했다. 그렇지만,

현오의 손가락 물어뜯는 습관은 여전했다.

다만 현오는 이제 제 손가락을 물어뜯지 않는다.

어느 순간 현오가 자신의 손가락에 혐오감을 느낀 탓이었다. 짧고 통통한 자신의 손가락이, 이지러진 손톱이 붙어있는 자신의 손가락이, 병실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의 손가락이 역겨워졌다. 입에 넣기조차 싫었던 것이다.

지금 현오가 물어뜯고 있는 손가락은 자신을 ‘수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여자의 손가락이‘었’다. 이주일 전만해도 그 손가락은 영화의 손마디에 붙어있었다. 영화는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대신 키가 크고 다리가 늘씬했다. 몸은 말랐다. 몸에 딱 달라붙는 흰 티셔츠에 남자들 사각팬티보다도 짧은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한 타임’에 6만원, 이었다.

여관방을 들고 들어온 영화는 현오가 맞는지 확인 하고는 입에 있던 껌을 그대로 휴지통에 뱉었다. 자신보다 무력한 것이 틀림없는 그 몸을 현오는 별다른 감흥 없이 훑어보았다. 현오의 시선에 상관없이 영화는 침대에 앉아 리모컨을 쥐고 TV를 틀었다. 리모컨을 쥐는 영화의 손가락은 길고 날씬했다.

수연의 손가락이 영화가 지고 온 백을 뒤지기 시작했다. 길고 하얀 가락들이 섬세하게 팔리아멘트 담뱃갑의 포장을 벗기고 담배를 꺼냈다. 희고 통통한 담배를 입에 문 수연이 이번에는 라이터를 꺼냈다. 붉은 라이터가 손가락 위에 얹힌 채 영화의 붉은 입술로 향했다. 라이터가 꽁초 끝에 입을 맞출 것처럼 수연은 라이터를 가까이 대고 담뱃불을 붙였다.

여자가 담배를 피는 동안 현오는 영화의 길고 하얀 손가락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런 여자들이 다 그렇듯 수연의 손톱도 길었지만 또 이런 여자들과 다르게 수연은 손톱에 아무것도 칠하지 않았다. 현오는 그런 영화의 손가락이 마음에 들었다. 담배를 다 핀 영화가 재떨이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현오가 화장실을 가리켰다. 무어라 잘 들리지 않게 투덜거리며 화장실로 향하던 영화가 입을 열었다.

“참, 근데 언제 시작할 거 에요, 아저씨? 오늘 바쁘단 말예요.”

현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현오는 침대 밑에서 망치를 꺼내 들고 있었다. 수연의 흰 손가락이 담배꽁초를 변기 위에 뿌렸다. 씨발, 왜 대답도 안하고 지랄이야. 벙어린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수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현오의 망치가 영화의 이마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를 내면서 수연이 화장실 타일 위로 쓰러졌다. 입에서 피거품을 뱉으면서 고개를 든 영화가 입을 벌렸다. 주전자가 끓는 소리 같은 것이 목구멍에서 안간힘을 쓰며 기어 나오려 했다. 그래서 현오는 두어 번 망치로 더 내리쳤다. 영화는 신음소리를 입 안에 가득 문 채로 박살이 난 머리를 화장실 타일에 처박았다.

영화가 타일 위에서 비르적거리는 동안 현오는 수도꼭지를 비틀어 샤워기를 틀었다. 여자의 머리로 국수가락 같은 물줄기가 쏟아졌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게 뭉친 핏줄기가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여자 열 손가락의 첫째 마디를 잘랐다. 피가 빠져 나가도록 물에 담가두었다. 담배 냄새가 나는 오른손의 두 손가락은 비누를 묻혀 깨끗이 씻었다. 나머지 살점은 적당히 토막 낸 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공장에서 숙직을 설 때면 혼자 여자의 살을 기계에 넣고 갈았다. 공장에 취직하지 못했을 때는 땅에다 묻었다. 시체 냄새가 나는 일이 없도록 2M가량 구덩이를 파고 묻어야 했다. 모기가 많았다. 그래서 현오는 식품 가공 공장에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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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갈아버리는 일은 빠르고 처리하기도 편했다. 산에서 구덩이를 팔 때처럼 모기에 벌겋게 물리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다 갈아버리고 난 여자의 시체는 음식쓰레기통에 버렸다. 갈린 여자의 살점은 마치 다진 돼지고기 같았다. 빨갛고 하얗고, 뼛조각이 씹혔다.

옷가지와 나머지 물건들은 잘 모아두었다가 쓰레기봉투에 넣어 근처 중학교 쓰레기장에 버렸다. 현오는 매일 저녁이면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서 구보를 뛰었다. 현오는 학교 쓰레기장의 쓰레기는 의심받는 일이 없다고 믿었다. 가끔은 쓰레기차가 오기도 전에 학교 수위들이 모여 쓰레기를 태우는 것을 종종 보았다.

사람을 죽이고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이 수고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지만,

단지 손가락을 뜯기 위해서 이 수고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현오는 불평하지 않았다. 한 여자를 죽이고 나면 모텔을 옮겼다. 사실 현오는 매달 묵고 있는 모텔을 옮겼고 두 달에 한 명씩 여자를 죽였기 때문에 모텔을 옮기는 게 마냥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간혹 현오는 식당에서 정오 뉴스의 토막기사에서 없어진 작부들을 보곤 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여자들은 작부도 아니었고, 현오가 알던 이름과도 달랐으며 얼굴도 많이 달랐다. 그리고 기사에는 여자들의 손가락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서 현오는 그냥 묵묵히 밥을 먹었었다.

그리고 묵묵히 손가락을 뜯었다. 지금도 현오는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을 받으면서 여자의 새끼손가락 첫째 마디를 갉고 있었다. 현오는 지금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있었다. 수연이라는 이름의 이 여자의 손가락을 뜯으면서 새로 생긴 버릇이었다. 홀린 듯이 몇 시간이고 TV를 보며 손가락을 물어뜯어댔던 예전처럼 현오는 모텔의 비좁은 모니터 안에서 외계인과 인간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계인은 징그러웠다. 어린 외계인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뱃속을 찢고 깨어났다. 외계인은 강했다. 무력한 화면 속의 인간들보다. 산성의 피와 침을 흘렸다. 외계인의 손가락은 검고 가늘고 길고 많았다.

냉동실에 넣어둔 손가락은도 지퍼 백에 넣고 잘 닫아 넣어두지 않으면 습기가 빠져 영화 속 외계인의 손가락처럼 시커멓게 말라버리곤 했다. 말라붙은 손가락은 물어뜯는 맛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현오는 지퍼백을 잘 챙겨두었다.

손가락은 차갑고 살짝 비누맛 같은 것이 나는 것 같았다. 사람의 살 껍질은 단단했다. 물어뜯다가 물어뜯다가는 다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냉동실에서 초조한 김이 흘러나왔다. 냉동실에는 아직 손가락이 일곱 개가 있었다. 현오는 천천히 냉동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방금 넣어두었던 새끼손가락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가끔씩 냉동실 안을 확인해 보는 것도 현오의 버릇이었다. 마치 손가락이 도망가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현오는 가끔씩 냉장고 문을 열고 굳어있는 손가락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손가락만 남아있는 모습은 현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손가락들은 하얗고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마치 냉동새우 같았다.

현오의 입에 영화의 손가락이 들어갔다. 혀로 입안의 손가락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따뜻하고 뭉글한 혓바닥과 달리 손가락은 차갑고 단단했다. 침이 손가락을 적셨다. 현오는 혀로 자신이 물어뜯은 자국까지 어루만져 보았다. 손가락은 현오의 입안을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수연이 살아있었어도 수연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현오를 이렇게 만져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수연이라는 여자의 손가락은 이제 현오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현오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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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초인종이 급하게 마구 울렸다. 살점을 물어뜯으려던 현오는 초인종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삼켜버렸다. 참을 수 없는 기침이 올라왔다. 구역질이 났다. 손가락은 목구멍을 간질이며 현오의 몸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긴 영화의 손톱이 현오의 식도를 훑고 내려갔다. 눈물과 기침을 같이 흘리면서 현오는 겨우 문을 열었다.

사복차림의 사내였다. 그렇지만 현오는 다행히 그가 사복형사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내는 여관 주인이었다. 여관주인은 항상 손톱을 짧게 깎았다. 그의 손톱은 둥글고 맨질맨질 했다. 손가락은 굵고 짧았으며 진한 색깔을 띠고 있었다. 마디마디가 굵은 그의 손가락에 털이 많았다. 그런 손을 보면 현오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렇지만 손가락에 난 털도 물어뜯을 수 있긴 하다. 현오가 별 감흥 없이 그의 손가락을 훔쳐보는 동안 그는 전기세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은 후, 현오에게 저번처럼 여자를 부르려면 자신에게 미리 말을 해야 한다며 주의를 주고 내려갔다. 현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부터 현오는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눈동자 같은 것을 느꼈다. 경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불안감일 수도 있었다. 둘 다 좋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 잡힐 수도 있었다. 현오는 언제라도 자신이 잡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오는 무슨 추리소설에 나오는 범인들처럼 세세하지도 과학적이지도 못했다. 그렇게 세밀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한 범인들도 잡히는 세상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오는 손가락을 물어뜯어야 했고,

어쩌면 교도소에 가서도 그 버릇은 낫지 않을지 모른다. 교도소에 갇혀 남의 손가락을 뜯을 수 없다면 현오는 그제야 자신의 역겨운 손가락을 피가 나고 손톱이 뜯겨 뼈가 드러날 때까지 물어뜯을 것이다. 물어뜯고 물어뜯고 다시 물어뜯을 것이다.

그건 그때 가서의 일이다, 라고 현오는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했다. 몸 안이 답답했다. 몇 번 기침을 더 억지로 돋워냈다. 그렇지만 목에 걸린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을 잘 수 없었다. 현오는 이 모든 것이 수연의 손가락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울분이 치솟았다. 현오는 손가락을 뜯으려 했지 손가락에 뜯어 먹히려고 그 생고생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밤중에 현오는 자리에 일어나 냉동실에 남은 수연의 남은 손가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지퍼백에서 남은 손가락들을 꺼내 수세식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자는 동안에도 수연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손가락이 마치 미꾸라지처럼 현오의 뱃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자라기 시작했다. 현오가 물어뜯었던 살점 하나하나도 모두 다시 손가락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손가락들은 이제 현오의 위를 팽팽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수연의 긴 손톱이 현오의 위를 찔렀다. 피가 나올 때까지 찔러댔다.

현오의 위를 찢고 꿈틀거리는 손가락들은 마침내 영화 속 외계인처럼 현오의 배를 뚫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목구멍으로 나오려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비누향이 코 끝이 찡하도록 매웠다. 이내 콧구멍을 찢고 나오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눈알 뒤도 간질간질했다.

눈을 떴다. 꿈, 이었다. 현오는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서 구역질을 했다. 구역질을 하면서 수 없이 변기통 물을 내렸다. 혹시 손가락이 나온 건 아닌가 살펴보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이 없었다. 답답함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현오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세수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현오는 꿈을 꾸었다. 이번 꿈에 나온 것은 수연의 얼굴이었다. 아니, 수연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누구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시고니 위버의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자의 얼굴이었다. 잘게 다진 돼지고기들이 여자 얼굴을 만들면서 낄낄거리고 춤을 추고 있었다. 다진 고기들은 점점 자라났다. 마침내 그것들은 뼈가 생겨나고 피부를 만들어냈다. 그것들은 죄다 손가락들이었다. 이제 여자의 얼굴은 알아 볼 수도 없었다. 손가락들이 꿈틀거리면서 사라졌다.

현오는 눈을 떴다. 침대 밑이 축축했다. 지나치게 방이 더웠다. 히터를 끄고 창문을 열었다.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에 현오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직도 가슴이 답답했다. 영화의 손가락이 아직도 몸 속 어딘가에 걸려있다고 현오는 확신했다.

문득 어렸을 때 가시가 목구멍에 걸리면 찬밥덩이를 먹어서 마저 삼켜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다. 현오는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냉장고에 붙어있는 백반 집에서 백반을 시켰다.

30분 정도가 걸리자 웬 여자가 백반을 이고 왔다. 현오는 5천원을 내 주었다. 백반을 이고 온 여자의 손가락은 뭉툭하고 보기싫을 만큼 퉁퉁했다. 현오는 고개를 돌렸다.

포장되어있던 랩을 벗기고 밥을 밀어 넣었다. 밥을 삼키는 순간이었다. 목구멍이 따끔했다. 손톱이다. 현오는 목구멍을 긁고 올라오려다 내려간 영화의 손톱을 느낄 수 있었다. 하마터면 찌개를 엎지를 뻔했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구역질을 했다. 방금까지 먹었던 백반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답답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어제보다 더 심한 답답함이었다. 주먹으로 몇 번 가슴을 쳤다. 기침도 터져나오지 않았다. 씹다 만 밥알이 대신 튀어나왔다.

수연의 손가락이 분명했다. 수연의 손톱이 현오의 식도를 찍고 기어 올라오려는 것이 분명했다. 화장실 안은 시큼한 구역질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오는 얼굴에 흥건한 침과 콧물이 뒤범벅된 미끈한 액체를 수건으로 닦아냈다.

어쩔 수 없었다. 현오는 일요일에는 병원을 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현오는 제 목구멍으로 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현오의 손가락이 목구멍을 헤집자 목을 울리는 고통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다. 세면대에 신물을 토해냈다. 소용없었다.

현오는, 펄쩍펄쩍 뛰며 침대에 몸을 내동댕이쳤다. 답답했다. 배가 부푸는 것 같았다. 뇌와 모든 신경이 목과 위에 잔뜩 쏠려있었다. 목을 긁었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목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목에서 벌건 자국이 생겨났다. 그래도 현오는 멈추지 않았다. 목의 상처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그래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손가락을 뜯는 것처럼, 멈출 수 없는 습관처럼,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현오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창백했다. 그리고 마치 동충하초처럼 자신의 몸을 뚫고나올 수연의 하얀 손가락들을 생각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충동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지금이라도 경찰이 자신을 잡아다 교도소에 처넣는다면 현오는 별 수 없이 수연의 손가락이 현오의 몸을 뚫고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죽어야 할 것이었다. 그럴 수 없었다. 현오는 자신이 중학교 때 이후로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건 수연과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 수 없었다.

질 수 , 없었다.

그래서 현오는 칼을 들었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죽는 것은 끔찍했다. 현오의 엄마처럼. 그렇게 비르적거리다가 죽는 것은 끔찍했다. 몸을 파는 여자들처럼 망치에 머리를 맞고 죽는 것도 끔찍했다. 죽는 것은 모두 끔찍했다. 그러니까 현오는 죽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현오는 죽였다. 수연을 죽인 것도 현오였고 수연을 죽이는 것은 당연히 수연보다 강한 현오여야 했다. 수연은 무기력한 존재였다. 타일에서 벌레 같이 비르적거리던 수연의 뿌연 몸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영화의 손가락에 죽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현오는 죽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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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냉동실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수연의 손가락들이 다시 떠올랐다.

현오는 어떻게든 수연의 손가락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그 손가락을 물어뜯어야 했다. 누가 강한지 현오가 직접 일깨워주는 수밖에 없었다.

목의 이물감은 도대체 사라질 줄을 몰랐다. 현오는 한 손으로는 목을 움켜쥐고 싱크대 아래를 뒤지기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현오가 죽기 전에 수연의 손가락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죽이거나 죽는 수밖에 없다면, 죽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죽이는, 죽여주는 일은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현오는 지금 이 순간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칼날을 수연의 손가락이 긁고 있는 제 목에 쑤셔 박기 시작했다.

모텔 주인의 신고로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다. 그리고 목에 칼을 쑤셔 박은 채 죽어있는 현오의 시체를 보았다. 지독한 피비린내에 헛구역질을 하는 경찰도 있었다. 과격한 자살 방법 치고 방은 깨끗했다. 별다른 것도 없었다. 다만 침대 밑에 있는 망치를 발견한 경찰은 평소 피해자가 무언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추측했다. 어쩌면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망상의 적을 갖고 있었고 결국 그 불안감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경찰은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결과 경찰은 현오의 식도에서 생선가시를 발견했다. 그리고 마저 현오의 뱃속에서 현오가 죽기 전 생선 백반을 시켜 먹었으며 그것은 현오의 냉장고에 붙어있던 식당에 전화한 결과 실재 그것이 현오의 마지막 식사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경찰은 현오의 뱃속에서 더 이상 별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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