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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두려운 직장인입니다

1부-내향인의 직장생활

by 무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출근한 지 반년쯤 되었을 때였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의미 없이 마우스를 딸깍거리고만 있었다.

당장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지만, 몸이 굳어버렸다.


이름이 불릴까 봐. 전화를 받아야 할까 봐. 동료들과 말을 섞어야 할까 봐.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려웠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일이 난 것처럼 굴었다.

몇 초간 말을 더듬으면, 그 몇 초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었다.


“○○씨, 이거 확인 좀 해주세요.”


그 짧은 한마디에도 몸이 굳었다. 목소리가 날카로운 것도, 화를 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름이 불리는 순간, 뇌가 부하가 걸린 듯 작동을 멈췄다.


“네.”


겨우 대답을 내뱉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려웠다.

마치 투명한 내가 순간적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 같았다.


사무실 한가운데 있는 내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혼자 조용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언제든 말을 걸 수 있는 곳. 누군가 언제든 나를 부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하루 8시간을 앉아있자니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깥으로 도망치고싶었다.


.

.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그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나는 일을 적극적으로 배우지도, 사람들과 친해지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입사초기에는 나름 열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 같은 사람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텐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곳,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누군가는 그런 곳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아직 그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도 사무실에서 벌벌 떨며, 전화가 울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앉아 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갈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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