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검은 12화

검은 옷

by 봄날의 옥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용돈을 넉넉히 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옷을 자주 사 입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옷을 사러 갈 때마다 나는 늘 검은색 옷을 골랐다.

검은색 옷이 튀지 않고 무난하기 때문이었을까.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계속 검은색 계열의 옷만 고집했다.

말수가 적고 내향적이기도 했던 나는, 지금 돌아보면 매번 검은 옷만 입는 조용한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대학교 3학년 때,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던 한 살 위의 오빠가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OO아, 너 밝은 색깔 옷을 입으면 훨씬 화사하게 보일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단조롭고 어두운 사람처럼 보였을까.


그 말을 계기로, 나는 조심스럽게 밝은 색의 옷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큰맘 먹고 흰색, 분홍색, 민트색처럼 눈에 띄는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밝은 옷을 입고 나타나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즘 예뻐졌다."

"화장품 바꿨어?"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런 말들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때부터 내 옷차림도, 내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옷에서 벗어난 그 무렵부터였을까.

희한하게도 자신감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밝아졌다.

사소한 변화였지만, 그 작은 변화는 내 삶에 영향을 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바꾼 것은 작은 옷차림 하나였지만, 태도 하나, 환경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변화를 원한다면 가만히 있기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꿔보는 게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때로는 작은 변화가, 가장 큰 동력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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