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고 작아도 괜찮아요. ('그래봤자 개구리')

by 마하쌤
x9791157852925.jpg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 자신이 하필이면 이런 모습으로 태어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무는 자기가 나고 자란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는데, 유독 사람은 내가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야만 했는지 원망스러워하며 환경 탓을 하고, 이런 성격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아쉬워하곤 한다. 내가 나인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그림책에서 올챙이 알은 꿈을 꾼다.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를. 올챙이가 돼서도 꿈을 꾼다. 내가 언제 날아오를 수 있는지를. 그렇게 결국 개구리가 되었지만, 포식자로 둘러싸인 채, 계속해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약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태에 절망한다. ‘그래봤자 개구리’인 것이다. 아무리 바라도 더 이상 다른 더 크고 강한 것으로 변할 수 없다. 난 그냥 개구리로 이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끝. 그게 결론이다. 하지만 개구리는 그 사실에 번번이 너무 놀라서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모습으로도 이 세상에선 최대 약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기가 막히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생존 경쟁과 강자들의 갑질 앞에서 점점 더 고개가 숙여지고, 몸이 움츠려들고, 결국 어둠에 휩싸이고 만다.


이쯤 되면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뭔 짓을 해도, 별 짓을 다 해도, 그래봤자 개구리에 불과한 삶, 계속해서 나보다 더 힘센 자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삶, 항상 제일 만만한 게 나인 그런 호구 같은 삶 속에서, 더 나은 상황을 꿈꿀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의 절망감. 겨우 이게 끝이었다면 지금까지 뭐 하러 그렇게 꿈을 꾸고, 노력하고, 애쓰면서 살았는지 허탈하고, 아무것도 기대할 것 없는 시시하고 비루한 삶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애써서 뭐 하나. 달라질 것도 없는데, 라고 말이다. 내가 뱀이나, 독수리나, 거대한 물고기가 아닌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이상, 이번 생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희망도 없고, 망했다는 비관론, 회의주의, 염세주의에 빠지려는 찰나, 이 개구리는 드디어 인정하게 된다.


“그래, 나 개구리다!!!!!!!!!!!!!!!!!!!!!!!!!!!!!!!!!!!!!!!!!!!!!!!!!!!!!!!!!!!!!!!!!!!!!!!!!!!!!!!!!!!!!!!!!”


개구리가 목에 있는 대로 핏대를 세우고, 고개를 최대한 젖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모습이 통쾌하다. 다만 느낌표가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건 정말 엄청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 아닌, 더 멋진 존재이길 바라는 마음을, 욕심을 내던져버리고, 내가 나인 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 세상에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준다. (일종의 좇까 정신인 것이다. “썅!” 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면 더 실감난다. 혹은 뒤에다 “그래서 어쩌라구!”를 붙여도 좋을 것이다) 이걸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대단한데, 이 그림책의 작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다음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개굴개굴개굴개굴”의 대향연을 보라! 세상이 터져나갈 듯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온 세상을 채우는 저 존재감의 발산을 보라 이 말이다. 내가 개구리인 것을 온 세상에 알리는 선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을 알리는 멋진 출사표이다.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작정하고 울부짖기 시작했을 때, 연못 전체가 얼마나 시끄러워질 수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말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래, 바로 저거다. 난 그래봤자 개구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다. 나는 개구리니까. 그리고 보란 듯이 수백, 수천, 수만의 알을 낳는다. 그 모두가 개구리가 되어 함께 동시에 우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땐 아무도, 결코, 개구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개구리의 입을 막는 방법 따위는 없을 것이다. 이건 거의 혁명 같은 그림책이다.


아주 짜릿짜릿하다. 엄청 맘에 들어! 브라보, 개구리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keyword
이전 01화나의 고유한 가치를 믿어보세요. ('난 그냥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