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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Feb 03. 2021

일 년 동안 먹을 채소를 다 먹은 기분입니다

착한 텃밭

    봄부터 먹은 쌈채소는 일 년 동안 사다 먹는 양이었다. 매 끼니때 생채소를 먹으니 우리 부부는 좀(^^) 날씬해졌다. 밥 보다 상추를 더 먹었다. 사실 밭을 분양받고 가장 들뜨게 한 것은 직접 키운다는 재미가 다였다. 채소를 잘 키워서 식단에 보탬이 되는 것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수확한 채소는 버릴 게 없다. 씨앗이 자라서 잎이 되었고, 열매가 된 것이다. 다 먹어야 한다.

마트 채소 코너는 얼씬도 안 한다. 수확한 채소는 늘 있다.

채소를 살 때는 까칠하게 고르지만, 밭에서 나는 채소는 못생기고 작아도 모두 다 최상품이다.


수확한 쌈채소
일주일 후 수확한 쌈채소(두배가 되었다)

  밭에서는 고추가 열리기 시작했고, 깻잎은 늦게 자라는 듯했지만 금세 손바닥 만한 잎이 되었다. 깻잎과 고추를 수확하니 먹을 채소가 훨씬 더 많아졌다.

  냉장고에 쌈채소가 남아 있는데, 또 수확한 채소가 쌓였다.  냉장고 야채 박스가 꽉 들어찼다. 아이들은 청상추, 로메인 상추처럼 연한 것을 좋아했다.  치커리 같은 쓴 채소는 아이들이 먹지 않아서 늘 남았다.


  고추모종은 키가 크지 않은데도 꽃을 피우며 고추가 커갔다. 먹을 만큼 부푼 고추를 따는데, 남편은 고추하나 하나에 탄성을 질렀다. 금방 딴 고추는 아삭하고, 사서 먹는 고추와 풍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추 모종은 텃밭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 성실한 성격의 고추는 끈기 있게 열매를 맺었고 가을까지 이어졌다.      

  동네 할머니들이 화분 늘 고추 모종 키는데, 다들 고추 키우기에 공을 들이시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쩌면 화분에 고추를 키우는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겠다. (^^;)



오전 시간이지만 해가 뜨겁다

  잠깐 밭에서 잡초를 뽑는데 등이 따갑다. 여름엔 해가 뜨기 전에 나가서 일을 한다고 하더니 농부들의 노고에 고개가 숙연해진다. 쌈채소는 여전히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지만 잎이 자라는 속도가 늦어졌다. 그동안 먹은 양을 생각하면 좀 더딘 모습에 아쉽기도 했다.   

 다가 풀 반찬을 썩 좋아하지 않던 남편이 쌈채소만 있어도 즐겁게 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직접 뜯어온 잎이 무슨 잎인지 물어보며 진지해졌다.

 엄마인 내가 가장 많이 달라졌다.

밭에서 나온 채소로 만든 반찬은 먹을때마다 강조한다. "이거 밭에서 키운거야.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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